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장례식을 국장(國葬)으로 치르기로 결정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반대 여론에 부딪혀 고심하고 있다.
지지통신은 9일자 기사에서 국장 반대 의견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으며, 일본 매체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응답이 찬성 응답을 웃도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일본 TBS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45%로 찬성한다는 응답자 42%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말 실시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응답이 53.3%으로 찬성 응답 45.1%를 앞질렀다.
지지통신은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주요 인사들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과의 연관성 논란에 처하자, 국장 결정의 타당성을 묻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전했다.
통일교는 아베 전 총리의 살해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가 원한을 품었던 종교 단체로, 아베 전 총리 총격 사건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야마가미의 모친은 통일교에 가산을 탕진해 가족을 생활고에 빠뜨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아베파와 통일교의 관계가 아베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와 아베파를 결성한 후쿠다 다케오 총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 자민당 중견 의원은 “모리토모 학원 문제에 이어 아베 전 총리의 수상한 인맥이 주목을 받아 여론이 바뀌었다”며 “정권 간부들도 통일교 얘기가 뒤섞여 있다며 곤혹스러워한다.
기시다 총리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발언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났다. 국장을 발표한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경제 활성화와 정상외교 성과를 언급하며 ”그 공적은 정말 훌륭하다“고 찬사했다.
그러나 이달 6일 기자회견에서는 ”내외의 실적이 지적되고, 특히 해외로부터 (긍정) 평가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지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를 둘러싸고 양분된 여론을 의식한 게 틀림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9월 초순에 실시하려던 개각과 자민당 간부 인사를 한 달 앞당기는 것도 비판의 목소리를 회피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지통신은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인사에서 내각에 새로 지명되는 각료뿐만 아니라 현 각료와 부대신 등도 통일교와의 관계를 확실히 점검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