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빚을 물려받게 된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뒤 상속재산을 넘는 빚을 물려받지 않도록 하는 민법 일부 개정안이 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른바 ‘미성년자 빚 대물림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은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후 물려받은 빚이 상속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내, 성년이 되기 전 안 경우에는 성년이 된 날부터 6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게 했다. 한정승인은 상속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부모 빚을 갚는 것이다.
현행 민법상 미성년자는 부모 사망 뒤 3개월 내에 법정대리인을 통해 빚과 재산을 모두 승계하는 ‘단순승인’과 ‘한정승인’, ‘상속포기’ 등 3가지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 표현이 없을 경우 단순승인으로 간주돼 부모 빚을 떠안는 경우가 생겼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5월 ‘빚더미 물려받은 아이들’ 시리즈를 통해 이 같은 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당초 법무부는 개정안 시행 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소급 규정을 부칙에 넣었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법 시행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만 적용되도록 바뀌었다. 다만 법 시행 전 상속이 개시됐더라도 법 시행 시점에 ‘상속 개시를 안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경우’라면 한정승인을 할 수 있게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국무회의가 끝난 뒤 경기 과천 법무부에 도착하고 있다. ⓒ News1
지난해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 등에 의해 관련 내용을 다룬 민법 개정안 4건이 발의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도 입법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국민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좋은 정책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