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15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수도권 곳곳에서 피해가 이어진 가운데 서울시의 올해 수해방지(수방) 및 치수 예산이 지난해보다 900억 원 가량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기후변화로 국지성 폭우가 잦아지는 와중에 서울시와 의회가 수해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서울시의 ‘2022년 예산서’에 따르면 올해 수방 및 치수 예산은 4202억 원 편성됐다. 이는 지난해(5099억 원)보다 896억 원(17.6%) 줄어든 규모다. ‘치수 및 하천관리’ 분야는 1517억 원에서 1088억원으로 429억 원(28.3%), ‘하수시설 관리’ 분야는 3581억 원에서 3114억 원으로 467억 원(13%) 삭감됐다.
2010년 광화문과 강남 등 도심 침수 피해와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서울시는 수방 및 치수 예산을 2019년 6168억 원까지 꾸준히 늘려왔다. 그러나 2020년(5341억 원)과 지난해(5099억 원)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줄였다. 서울시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들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2020년부터 예산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예산의 경우 (서울시 의회에) 4450억 원을 제출했으나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시의회가 248억원(5.6%)를 삭감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간당 85㎜의 폭우를 감당할 수 있도록 강남역 일대의 하수관거를 개량하고 유역분리터널도 설치했지만 시간당 116㎜(강남구)가 내리는 천재지변 수준의 비가 오면서 감당 수준을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총괄실 실·국장이 공석이라 체계적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제현 전 안전총괄실장은 1일 행정2부시장으로 승진했고, 백일헌 전 안전총괄관은 5일 광진구 부구청장으로 전출돼 두 자리 모두 공석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