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트인’보다 ‘옵트아웃’ 방식이 규범에 순응적인 여성 참여 높여 참여 의사 안 밝혀도 기회 주어져 경쟁심-공격성 오해 피할수 있어
조직 내 다양한 특성을 가진 리더가 있을 때 더 바람직한 조직 문화가 조성될 뿐 아니라 성과도 높아진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하지만 리더 그룹에 젠더 다양성(Gender Diversity)을 확보하는 것은 대부분의 조직에서 난제로 꼽힌다.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여성 할당제 등 공격적인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리더 선발의 방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호주의 멜버른대와 모내시대 공동 연구진에 따르면 리더 선발 과정의 기본 가정이 되는 ‘디폴트’를 바꿔야 리더 그룹의 젠더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리더가 되기를 스스로 희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옵트인(Opt-in)’ 방식보다 자격을 갖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올리고 의향이 없는 사람만 빠지게 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이 여성들의 리더십 선발 과정 참여를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옵트아웃 방식보다 더 많이 활용되는 옵트인 방식이 왜 젠더 다양성 측면에서 효과가 없을까? 연구진은 두 방식이 가진 디폴트의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옵트인 방식의 디폴트는 ‘분명한 의사를 밝히기 전에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옵트아웃 방식의 디폴트는 ‘분명히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옵트아웃 방식에서는 적극적으로 참여 선언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경쟁심이나 공격성에 대한 오해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옵트아웃 방식은 여성들이 리더십 선발 과정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여성 리더의 선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새로운 리더 선발 방식을 적용할 땐 조직과 개인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따져봐야 한다. 옵트아웃 방식을 적용했을 때도 참여를 원치 않는 후보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해야 하며 이렇게 부정적인 표현을 하는 것 자체가 고역일 수도 있다.
사실 대부분의 국내 기업에서는 리더 선발 과정에서 대상자 개인의 의사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 리더를 늘리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훌륭한 리더를 뽑기 위해선 옵트아웃 방식을 포함해 조직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면서도 조직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 선발 방식이 시도돼야 한다.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앨투나캠퍼스 조교수 pvj5055@psu.edu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