짦은 휴식을 취한 ‘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다시 날아오른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은메달로 큰 숙제를 마친 우상혁은 즐기면서 뛸 생각이다.
우상혁은 한국시간으로 11일 오전 2시45분 모나코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대회 남자 높이뛰기에 출전한다.
이번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우상혁은 ‘현역 최강’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 바심과 2020 도쿄올림픽 공동 1위에 오른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와 재대결을 펼친다.
당시 바심은 2m37을 날아올라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했다. 탬베리는 2m33의 기록으로 4위에 올라 메달 획득이 좌절됐다.
우상혁과 바심, 탬베리는 23일 만에 다시 한 번 경쟁을 펼치게 됐다.
우상혁은 지난 4일 포상금 수여식과 함께 열린 다이아몬드리그 출정식에서 “지금 이긴다고 해서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긴다고 파리 올림픽에서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그간 타이틀에 대한 부담, 압박이 있었다면 이제 그런 것이 없다. 다가오는 다이아몬드리그는 더 재미있게 뛰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올해 초부터 우상혁은 남모를 압박감을 안고 뛰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금메달 목표가 그에게 적잖은 부담감을 안겼다.
3월 20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듸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2m34를 뛰어넘어 한국 최초의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였고, 5월 14일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서는 2m33으로 우승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으나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상혁은 “제 딴에 올해 큰 숙제는 끝낸 것 같다”면서 “더 가벼운 마음으로 남은 다이아몬드리그를 즐기겠다”고 다짐했다.
경쟁을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뛰겠다고 했지만 우상혁이 품은 꿈은 있다. 바로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시리즈 무대에 서는 것이다.
올해 다이아몬드리그는 총 13차례 치러진다. 각 대회 1~8위에게는 순위에 따라 8~1점이 차등 지급되며 12개 대회 랭킹 포인트를 더해 순위를 정한다. 랭킹 포인트 순위에 따라 왕중왕전 격이자 13번째 대회인 파이널 시리즈 출전자가 정해진다.
올해 파이널 시리즈를 제외하고 남자 높이뛰기 경기가 포함된 다이아몬드리그 대회는 5개다. 이중 도하, 버밍엄, 로마 대회는 이미 치러졌다. 남은 대회는 모나코 대회와 8월 26일 열리는 로잔 대회다.
남자 높이뛰기에서는 5개 대회 랭킹 포인트를 더해 상위 6명이 파이널 시리즈 출전권을 얻는다.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인 도하 대회에서 우승해 랭킹 포인트 8점을 얻은 우상혁은 버밍엄, 로마 대회에는 나서지 않았다.
현재 다이아몬드 랭킹 포인트 순위에서 우상혁은 6위를 달리고 있다.
장고 로벳(캐나다)과 탬베리가 15점으로 선두를 질주 중이고, 노버트 코비엘스키(폴란드)가 13점으로 2위다. 주본 해리슨(미국)이 12점으로 뒤를 쫓고 있고, 셸비 매큐언(미국)이 9점으로 5위다.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만 출전해 2위에 오른 바심은 7점으로 8위에 올라있다.
올해 꾸준히 성적을 내온 우상혁이 크게 부진하지만 않는다면 무난히 파이널 시리즈 출전권을 거머쥘 수 있을 전망이다.
우상혁도 파이널 시리즈 무대는 욕심을 낸다. 그는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시리즈는 유튜브나 TV로만 보던 대회다. 출전하게 되면 뜻 깊을 것이고, 뛰는 것 자체로 영광일 것”이라며 “내가 파이널 시리즈를 뛸 수 있는 위치에 놓였다는 것에 항상 행복하다. 매일 꿈인가 싶다”고 했다.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에는 바심, 탬베리 뿐 아니라 올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안드리 프로첸코(우크라이나)도 나선다.
이외에 해리슨, 로벳, 매큐언, 해미시 커(뉴질랜드), 브랜던 스타크(호주), 요너선 카피톨닉(이스라엘)이 함께 경쟁한다.
출전 선수 가운데 올 시즌 실외 개인 최고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는 바심이다. 우상혁이 뒤를 잇고 있다.
한편 다이아몬드리그 각 대회 우승 상금은 1만달러(약 1300만원), 파이널 시리즈 우승 상금은 3만달러(약 3900만원)다.
파이널 시리즈에서 우승하면 다이아몬드리그 최종 우승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내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도 얻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