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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韓 ‘칩4 가입’ 만류서 입장 선회…“자주 외교 견지해야”

입력 | 2022-08-10 09:29:00


박진 외교부 장관(좌)이 9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회담을 가졌다.ⓒ 뉴스1 (중국 외교부)

미중 갈등의 고조 속 한중 외교 사령탑이 새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회담을 진행했다. 당초 중국은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을 강경히 반대했으나 논란의 ‘펠로시 패싱’ 이후 한국이 동맹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면 균형잡히고 자주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했다.

9일 중국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급)간 회담이 한중 관계의 중대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양측은 이달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2주 앞두고 한국의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칩4’ 동맹 가입과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왕이 부장은 “한중 관계는 비바람을 딛고 더욱 성숙하고 자주적이며 안정돼야 한다. 양측은 언제나 안보 측면에서 이웃이자 상호 도움이 필요한 파트너였다”면서 “상호 존중, 상호 지지, 상호 성취는 양국과 양국 국민들에게 중요한 이익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역내 평화적 발전과 번영을 위한 안정을 불러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왕이 부장은 미국을 염두에 두고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양측은 유익한 경험을 토대로 발전의 큰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외부 간섭으로부터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자세로 서로의 주요 관심사를 돌보는 ‘윈윈’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며 “평등과 존중,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다자주의를 견지하고 유엔 헌장 목적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좌)이 9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회담을 가졌다.ⓒ 뉴스1 (중국 외교부)


이에 박진 장관은 “전 세계가 대전환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한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존중·평등·신뢰 증진과 개방·포용 협력의 자세로 더욱 성숙하고 건강하게 발전시키겠다”고 화답했다.

한국의 고위급 인사 방중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인데, 시기적으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아시아 방문을 마친지 불과 나흘 만에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타임스는 “왕이 부장과 박진 장관의 회담은 도발적 대만 방문을 강행한 펠로시 의장을 윤 대통령이 거부한 이후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면서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공식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비록 난제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박진 장관의 방중은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 의견을 교환하려는 한국의 진정성을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의 압박 속에도 자주 외교를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사드 문제가 한일 관계의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는 만큼 윤 정권이 정치적 지혜를 통해 관련 문제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헤이룽장사회과학연구원의 동북아시아연구소장 다지강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왕이 부장의 발언은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직면하더라도 자주외교를 고수해야한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좌)이 9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회담을 가졌다.ⓒ 뉴스1 (중국 외교부)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참가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가까지, 한국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웃이자 최대 무역국인 중국을 자극시켜서는 안된다”고 짚었다.

뤼차오 랴오닝 사회과학원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박진 장관의 방중은 집권 초기부터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윤 정부가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는 미국의 압박에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기본 자세가 반영된 것이며, 핵심 이해관계가 얽힌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미국과 협상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역내 국가들을 위협해 중국을 견제하기 전까지 중국과 한국의 협력과 무역질서는 안정적이고 원만했다”면서 한국은 두 초강대국의 편을 들기를 꺼리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역내 안정과 공급망의 안정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자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인 이른바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동맹에 우리나라의 참여를 독려하며 결정을 8월 말까지 알려달라고 요구했고 한국은 일단 ‘칩4’ 예비회의에 참가하기로 했다.

중국은 그간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에 대해 만류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만약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동맹에 가입을 해야 한다면, 한국에 균형잡힌 역할을 기대할 것이라며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