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면서 정부가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층간소음 기준을 현행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국회의 싱크탱크인 입법조사처는 올해 10월로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현안과제들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정리한 자료집, ‘국정감사 이슈분석’을 최근 발행했다. 이 자료집 8권에 수록된 보고서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 강화’에서 주간에 적용하고 있는 직접충격 층간소음 기준을 현행보다 2dB(데시벨) 정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 “층간소음은 대기 중 발암물질보다 건강에 악영향”
10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62.6%가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갈등은 최근 10년 간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층간소음 신고가 2012년 8795건에서 2021년 4만6596건으로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심지어 층간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심혈관 질환, 수명 단축 등과 같은 건강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네덜란드 연구에 따르면 질병으로 인해 죽음이나 장애,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손실된 수명을 평가한 단위인 ‘장애보정손실연수’를 측정한 결과, 소음은 음용수의 납이나 간접흡연, 실내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라돈, 대중 중 발암물질 등보다 수치가 높았다.
● “기존주택 층간소음 기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정부도 층간소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4일부터 사업승인을 받는 30채 이상 규모의 공동주택에 대해서 ‘사후인증제도’를 도입했다. 또 조만간 발표할 ‘250만채+α(알파) 공급대책’에 층간소음 관련 추가대책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지어져 사람이 살고 있는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층간소음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2014년 제정한 관련 규정(‘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층간소음 기준은 ①직접 충격음과 ②공기전달 소음으로 나뉘어 다르게 적용된다.
야간(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의 경우 1분간 등가소음도는 38dB, 최고소음도는 52dB로 낮아진다.
하지만 이런 기준을 적용해 민원이 발생해 현장을 방문해 측정한 건수 대비 소음기준 초과 건수는 매우 낮았다. 2014~2021년 9월까지 한국환경공단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상담(21만1079건) 가운데 현장방문 측정이 2197건 진행됐는데, 소음기준 초과건수는 173건으로 7.9%에 불과했던 것이다.
즉 공동주택 거주자가 층간소음으로 유·무형의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민원을 제기하지만 대부분 기준치 범위 이내였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층간소음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라는 게 입법조사처의 결론이다.
● “주간 층간소음 기준 2dB 정도 낮춰야”
입법조사처는 따라서 “현행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을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서 강화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소음민감도 등 개인의 기질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환경유해인자이므로 기준 설정에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이동영 입법조사관은 “현행 주간 소음기준을 2dB 정도 낮추자는 의미”라며 “민간건설업체에 기준을 강화할 경우 공동주택 시공부담도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4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후인증제도’에 따라 경량 바닥충격음 최하등급 기준(4등급)은 58d에서 49dB로 낮춰졌다. 따라서 기존주택에 적용할 층간소음 기준이 낮아진다면 신축 주택 기준에 대한 추가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