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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美 반도체 지원법 서명…‘68조’ 보조금 전쟁 신호탄

입력 | 2022-08-10 13:30:00


미국의 자국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에 총 520억 달러(약 68조원)의 보조금 지원을 주내용으로 하는 미국 반도체 산업 지원법이 발효되면서, 이를 차지하기 위한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연합 ‘칩4’와 맞물려 미국 기업이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 법안이 공포됐다.

법안에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 390억 달러, 연구 및 노동력 개발 110억 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 제조 20억 달러 등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반도체 관련 투자 기업에 25%의 투자세 공제도 지원한다. 백악관은 그동안 이 같은 법안 내용에 고무돼 민간기업 여러 곳이 신규 반도체 제조설비 투자에 442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발표했다고 밝혔다. 첨단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이번 법안 발효로 투자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혜택인 것은 분명하지만, 공장 건립에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법안을 마련한 목적은 표면적으로 자국 내 제조업 역량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이를 넘어 대만, 한국 등 아시아 반도체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속내가 있다. 그만큼 자국 기업 위주로 보조금이 편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120억 달러 보조금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반도체 법의 의회 통과 이후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속속 밝혀 보조금 확보 경쟁에 참전 의사를 드러낸 상황이다. 최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오는 2030년까지 400억 달러(약 52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새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들여 제2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지난달 향후 20년간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립을 위해 약 2000억 달러(약 263조원)를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15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과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 반도체 제조 회사들이 앞으로 미국 정부 지원금을 두고 미국 기업들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만의 TSMC도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약 16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미국 백악관과 미국 의회를 상대로 한 치열한 로비 전쟁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정치자금 추적 단체 ‘오픈시크릿츠’에 따르면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1~6월)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을 백악관과 미국 의회 상대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

삼성은 올해 상반기 251만 달러(약 32억6000만원)를 썼다. 전년 동기(177만 달러) 대비 41.8% 증가했고, 역대 최고인 2018년 상반기 223만 달러보다 12.6% 많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북미법인 대외협력팀장(부사장)으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를 영입하는 등 대관 업무를 강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224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미국 진출 이후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금액이다. 전년 상반기 188만 달러 대비 19.1%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계열사와 합치면 SK그룹의 로비 금액은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SK는 지난 상반기 북미 대외협력사업을 총괄하는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유정준 SK E&S 부회장을 겸직시켰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