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앓고 있단 이유로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한 것은 차별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10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위해 보험회사 2곳과 상담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몇 달 전부터 가벼운 우울감으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임을 알리자 보험회사들은 보험 가입을 거부했다.
보험사들은 가입 희망자가 우울증이 있는 경우 연령, 재발성, 입원력, 치료 기간, 치료 종결 이후 경과 기간 등에 따라 인수기준을 달리하고 있고, 특히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우울증 치료 종결 후 최소 1~5년이 지나야만 심사를 진행하고 인수 여부를 검토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2018년부터 당뇨, 고혈압 질환 등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도 유병자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가능한데 유독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에 대해서만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험사들이 제시한 우울증 관련 각종 통계자료의 경우 △각 개인의 증상이나 질환의 경중, 건강 상태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은 점 △대체로 2000년대 초반 통계라 최근의 의학 발전 및 치료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점 △요양급여비용의 증가세는 다른 질환에서도 마찬가지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당한 거절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한 사람은 보험 가입이 가능한 모순이 발생하며, 다른 진료과목에서도 수면제, 항우울제 등을 처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종의 위험에 대해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향후 이와 유사한 차별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회사들에게 ‘정신 및 행동장애’ 관련 인수기준을 보완하고, 진정인에 대해 보험인수 여부를 재심사할 것을 권고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