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간밤의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 반지하층이 여전히 물에 잠겨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8, 9일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가운데 반지하주택 주민들의 인명 피해가 잇따르면서 반지하 침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빌라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등 일가족 3명과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이 빗물이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가운데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도마 오른 반지하 안전성
반지하 주택의 침수 피해는 고질적으로 되풀이됐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관악·동작구 뿐 아니라 양천·강서구, 인천, 경기 고양시를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2010년 이후 반지하 주택 침수 사고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지대 반지하 주택은 폭우 시 침수가 순식간에 이뤄져 큰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더욱 크다. 지대가 높은 곳에서 밀려 내려오는 물이 계단을 통해 반지하 주택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폭우 속 사망자가 발생한 관악구, 동작구의 빌라 역시 비교적 지대가 낮은 곳에 있다.
이번에 침수 피해를 겪은 반지하 주민들은 위험을 새삼 깨달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가족이 사망한 관악구 빌라 이웃의 반지하 주민 신모 씨(59)는 10일 집에 찬 물을 퍼내며 “지대가 낮아 빗물이 집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데다, 하수구까지 역류하며 집안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며 “반지하가 이렇게까지 폭우에 취약할 줄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반지하 주택은 2020년 기준 32만7320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61%에 해당하는 20만849가구가 서울에 있다. 이번 침수로 사망자가 발생한 관악구에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2만113가구가 몰려있다.
●기존 대책 실효성 떨어져
앞서 정부가 여러 차례 반지하 침수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992년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반지하에 배수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서울시는 2010년 태풍 곤파스 이후 침수 피해가 많은 저지대에는 반지하 주택 신축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들 대책이 나오기 전에 지어진 건물 반지하는 여전히 침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번에 사망자가 발생한 동작구 주택도 1980년대 지어졌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반지하 주택 침수 피해 대부분은 2000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에서 발생한다”며 “상습 침수 지역 위주로라도 재개발을 용이하게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혁경 ANU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반지하주택 창문이 외부 바닥과 붙어있는 경우 창문 높이만큼 방수막을 설치하는 등 단기적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전혜진 기자sunrise@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