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내일 개막… 이중섭, 6·25전쟁으로 가족 이별 부인에 편지로 사랑-열정 담아… 연필-유채 등 다양한 재료 실험 1940년대 엽서화-드로잉도 출품… 기증작품 87점 등 97점 선보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미술관 관계자가 이중섭의 1950년대 작품 ‘닭과 병아리’를 보고 있다. 어미 닭과 병아리 두 마리를 그린 작품으로, 1952년 일본으로 간 부인과 두 아들을 떠올리게 한다. 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당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 이 ‘아고리’는/머리가 점점 맑아지고 눈은 더욱더 밝아져서 … 나는 우리 가족과 선량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진실로 새로운 표현을/위대한 표현을 계속할 것이라오/내 사랑하는 아내 ‘남덕’ 천사 만세 만세.”
1954년 아고리가 남덕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아고리는 화가 이중섭(1916∼1956), 남덕은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101)다. 이중섭은 도쿄 유학 시절 턱(일본어 ‘아고’)이 길다며 성과 함께 붙인 장난스러운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남덕은 야마모토 여사의 한국 이름이다.
이중섭은 6·25전쟁으로 1952년 부인과 두 아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가족과 생이별했다. 그는 부인에게 꾸준히 편지를 보냈다. 한 소절 한 소절마다 부인에 대한 사랑과 미술 작업에 대한 열정이 진득하게 배어난다.
이번 전시에선 그간 접하기 어려웠던 이중섭의 1940년대 작품을 여럿 만날 수 있다. 화가는 6·25전쟁이 터진 뒤 북한 원산시 작업실에 상당수 작품을 두고 왔다. 전시에 나온 작품은 다수가 엽서화(가로 14cm 세로 9cm)로, 상당수는 1940년대 당시 연인이던 부인에게 보낸 그림들. 뒷면에 주소와 날짜가 남아 있다. 1940년 12월 25일 보낸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은 엽서화 가운데 시기가 가장 빠르다.
엽서의 크기는 작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이중섭이 연필과 유채, 크레용, 먹 등 다양한 재료를 실험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현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단순하고 선명한 화풍과 자유로운 공간 구성이 완성 단계로 접어들어, 작가의 전성기인 1950년대로 나아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가 드러난 소와 허공을 응시하는 여인을 그린 ‘소와 여인’(1942년), 무력해 보이는 세 인물을 거친 선을 통해 그려낸 드로잉 ‘세 사람’(1942∼1945년) 등 연필화 4점도 있다.
이중섭의 1950년대 작 ‘물놀이하는 아이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중섭의 1950년대 은지화 ‘가족을 그리는 화가’. 일본으로 떠난 가족이 모두 함께 있는 모습을 그리는 화가 자신을 담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