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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폭우, 유럽 폭염 ‘기후몸살’… 올 자연재해 사망 전세계 4300명

입력 | 2022-08-11 03:00:00

[115년만의 물폭탄]
지구촌 곳곳 이상기후로 신음



10일(현지 시간)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지역의 생마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6일부터 시작된 이 산불은 폭염으로 인한 극심한 가뭄, 강풍 등을 타고 급격하게 번지고 있다. 생마뉴=AP 뉴시스


“아이고, 예년보다 두세 배는 더 더워요. 올해는 물까지 부족하니 정말 덥네요.”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만난 디디에 루비트 씨는 메마른 박물관 앞 분수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폭염과 가뭄이 더 심한 남부 툴루즈에 거주하는 그는 “수확을 앞두고 물이 너무 부족하다. 이젠 가뭄에 강한 다른 품종을 기르는 데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기자가 파리 도심 콩코르드 광장 아스팔트 표면 온도를 직접 재보니 섭씨 40도를 훌쩍 넘었다. 아스팔트 열기에 땡볕이 피부를 파고들 듯 따가웠다. 팔레루아얄에서 루브르박물관으로 향하는 도보 10분 거리를 따라 있는 대형 분수 3곳 중 2곳이 완전히 메말랐다. 당국이 가뭄경보 1단계를 발동해 5일부터 주요 분수대 급수가 중단됐다. 파리시는 세차 등 물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발표했다.
○ “올해 7월 지구 기온 역대 최고 수준”
한국이 폭우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가 지구의 7월 기온이 가장 높았던 3개 해 중 하나로 기록됐다”고 9일 밝혔다. 나머지는 2016년과 2019년으로 폭염 수준이 거의 비슷했다. 세계 곳곳이 기상이변 혼란에 빠지며 자연재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늘고, 작황 부진 탓에 식량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기상청은 9일 잉글랜드 남부, 웨일스 동부 지역에 11일부터 나흘간 폭염 황색경보를 내렸다. 황색경보는 취약한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다. 비가 자주 와 레인코트로 유명한 잉글랜드 지방에선 지난달이 1935년 이래 가장 건조한 7월로 기록됐다. 영국 최대 수도회사인 템스워터는 물 사용 임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비가 잘 오질 않아 북부 지역이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올여름에는 주요 하천인 포강 곳곳이 말라버렸다. 9일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알프스 빙하가 폭염으로 빠르게 녹아내리며 반세기 넘게 묻혀 있던 유골 두 구와 비행기 잔해 등이 발견됐다.
○ 日 폭우·폭염 ‘한 나라 두 날씨’

일본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 폭염과 폭우가 동시에 나타나 ‘한 나라 두 날씨’를 보이고 있다. 9일 NHK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이날까지 35도 이상 폭염이 14일간 이어졌다고 밝혔다. 1995년과 2010년 35도 이상 폭염이 13일간 이어졌던 기록을 넘어섰다. 반면 아오모리현과 아키타현 등 일본 동북부 일부 지역의 반나절 강우량은 평년 8월 한 달 치 강우량에 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엔 5일 1년 치 강수량의 75%가 하루 만에 쏟아졌다. 이날 기온은 섭씨 56.7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 일리노이주에는 1, 2일 8월 한 달 치 강수량이 모두 내렸다. 호주는 2∼4월 브리즈번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 3일 새 676.8mm의 비가 내렸다. 1974년 이후 48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 세계 상반기 자연재해 손실 85조 원
기후재앙으로 전 세계에서 경제적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독일 뮌헨재보험(Munich R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세계가 자연재해로 입은 손실은 650억 달러(약 85조1800억 원)에 달했다.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약 4300명으로 작년 동기의 1.9배였다. 토르스텐 예보레크 뮌헨재보험 이사는 “상반기 자연재해는 기후 관련 재앙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폭염이나 폭우, 가뭄 등 기후 재난이 잦아지고 그 강도도 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은 이상 고온으로 올해 곡물 수확량이 작년보다 5% 감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프랑스의 옥수수 수확량은 지난해 대비 19% 줄어든 126만6000t으로 추정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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