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면에는 12조4000억 달러(약 1경6144조원) 가치의 풍부한 지하 자원 확보 여부가 달려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WP)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캐나다 지정학 위기 분석회사 세크데브(SecDev) 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티타늄·철광석·리튬·석탄 등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풍부한 지하 자원이 총 12조4000억 달러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120개의 광물과 117개 금속 등 풍부한 지하 자원이 매장돼 있다. 석탄과 같은 화석 연료 외에 금·철광석·석회석·티타늄·지르코늄·스트론튬·리튬·우라늄 등 다양한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제한으로 많은 유럽 국가들이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석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크데브 그룹 공동설립자 로버트 무가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은 서방의 에너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유럽인들이 가스공급원을 빠르게 다변화 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의 석탄을 차지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석탄·철광석 매장량의 대부분은 동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세베로도네츠크의 아조트 화학공장,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와 같은 공장이 동남부에 밀집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옛 소련은 지하 자원 매장량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을 중화학 공업단지로 육성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주요 배경에 이러한 풍부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게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실제 러시아는 동부 돈바스와 남부 헤르손 완전 점령을 목표로 삼고 있다. 동남부로 이어지는 해안선 일대는 석유와 가스 매장량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만 오피마흐 우크라이나 지질조사국 국장은 “정부 내에서는 이 전쟁이 광물 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며 “매장량을 고려할 때 러시아의 침공 이후 동남부 지역에서 생산한 자원량보다 남아있는 양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탓에 흑해 봉쇄로 곡물 수출길이 막혔던 것보다 손실된 광물 매장량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더욱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폴란드·우크라이나 투자회사 밀스톤의 미하일로 제르노프 대표는 “광물 매장 등 지질학 사정에 밝은 많은 투자자들은 이미 전쟁 이후 투자를 중단한 상태”라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매일 같이 입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