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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영화관에서 ‘최신작 관람’ 시대 열릴까

입력 | 2022-08-11 19:26:00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퍼지자 많은 이들이 영화관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을 꺼린다. 영화 마니아들은 비디오방을 찾지만, 이 곳에서는 최신 영화를 볼 수 없다. 또 하나의 대안인 3명~4명이 모여 즐기는 초소형 영화관은 규제 때문에 만들어지지 못했다. 이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규제 특례를 승인, 초소형 영화관에서 최신 영화를 즐길 길이 열렸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30석 이상인 기존 규제대로라면 초소형 영화관 개설 불가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실내 영화관은 객석이 30석 이상이거나, 바닥 면적이 60㎡ 이상이어야 한다. 3명~4명을 수용하는 초소형 영화관은 기존 법률상 객석 수와 면적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

초소형 영화관 실내 모습. 출처=더브이엑스


설사 규모를 만족하더라도, 초소형 영화관이 수지타산을 맞추는 것은 아주 어렵다. 영화를 상영하는 프로젝터와 음향 기기, DCP 플레이어 등 구성이 1억 2000만 원을 넘는 고가여서다. 저렴한 구성을 쓰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한 이유가 있다.

워너 브라더스와 유니버설, 디즈니 등 글로벌 영화사들은 저작권을 보호하고, 우수한 품질의 디지털 영화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디지털 시네마 이니셔티브(Digital Cinema Initiatives)를 결성했다. 그리고 큰 용량의 디지털 영상과 음향, 자막 등의 정보를 암호화한 형태로 저장하는 파일 형식, DCP(Digital Cinema Package)를 만들었다.

따라서 이들 글로벌 영화사의 최신작을 상영하려면 DCP 파일을 재생하는 외산 프로젝터와 음향 기기, DCP 플레이어가 꼭 필요하다. 즉, 기기 선택의 자유가 없으니 초소형 영화관은 반드시 고가 외산 장비를 준비해야 했다.

초소형 영화관, 어떻게 등장하게 됐을까?

규제와 수익 문제에 가로막힌 초소형 영화관이 어떻게 등장하게 됐을까.

먼저 수익 문제가 완화됐다. 앞서 글로벌 영화사의 최신작을 상영하려면 가격이 1억 원이 훌쩍 넘는 외산 장비가 필수라고 언급했다. 2018년 우리나라 기업 더브이엑스가 이 장비를 국산화했다. 이 기업은 DCP 전송, 배포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가격을 기존 장비의 절반 이하로 낮췄다.

최근에는 규제도 일시적으로 풀렸다. 더브이엑스는 지난 6월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22차 정보통신기술 규제샌드박스 심의를 통과했다. 덕분에 객석 30석 이하 혹은 면적 60㎡ 이하인 초소형 영화관도 실내 영화관으로 인정 받게 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엄중한 상황에서 영화 산업의 위축이 장기화되고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위험도 여전한 상황”이라며 “기술을 활용해 소규모 영화관에서 최신작을 틀어 국민 편익을 증진한다는 점에서 규제특례가 허용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특례 승인으로 초소형 영화관 대중화의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게 됐다.

초소형 영화관 실내 모습. 출처=더브이엑스


다양성 주는 초소형 영화관, 최신작 종류 제한 넘어야 할 과제

규제가 일시 해제됐어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글로벌 영화사들은 최신작을 초소형 영화관에 공급하지 않는다. 이 탓에 초소형 영화관은 일부 작품만 상영 중이다.

배형준 더브이엑스 대표는 “현재 DCP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기술 준비는 모두 마쳤지만, 디즈니와 유니버설 등 글로벌 영화사들이 작품을 초소형 영화관에 공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사가 운영하는 초소형 영화관인 AWC(Another Watching Club)는 국내 최신작 일부 또는 예술영화 등 한정된 작품만 상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소형 영화관은 업계에 다양성을 주는 장점을 가졌다. 이번 특례 승인으로 2년간 내부적 시스템을 강화할 시간을 얻었다. 영화는 물론, 스포츠 방송 중계, OTT의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다방면의 공간 대여사업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