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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빛깔의 청동향로… 큐레이터가 꼽은 다섯가지 매력은?

입력 | 2022-08-12 03:00:00

‘큐레이터의 선택’ 기획 특별전
인천시립박물관서 10월까지 열려
일상 속 쓰임새와 유입된 과정
작품 등과 함께 옴니버스로 소개



인천시립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큐레이터의 선택’이라는 특별전에 전시된 청동향로를 살펴보고 있다. 10월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할 수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큐레이터(Curator)는 흔히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작품이나 유물을 수집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 때문에 큐레이터의 의도에 따라 전시회의 성격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선택’과 이를 감상하고 해석하는 관람객의 ‘선택’이 어떤 상호작용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가 인천에서 열려 관심을 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청동향로’에 대한 다섯 가지 해석을 담은 ‘큐레이터의 선택’이라는 주제의 기획특별전을 지난달부터 열고 있다. 청동향로의 재질과 형태, 기능, 이력 등을 바탕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먼저 ‘청동에 일상을 녹이다’ 코너에서는 일반적으로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알려진 청동을 선조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펴보는 일종의 생활사 전시공간이 마련됐다. 인류가 처음으로 사용한 금속인 청동이 주로 종교용품과 무기류 장식품에 사용되다가 점차 수저와 화로, 벼루, 거울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 파고드는 변화상을 확인할 수 있다.

‘동상이몽’에서는 청동향로에서 영감을 얻은 3명의 작가가 서로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을 보여준다. 전시공간을 촬영한 수십 장의 다초점 사진을 이용한 작품과 페인트통에 유리를 모자이크한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관람객들은 ‘향기로운 세상’에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향의 의미와 사용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고려시대부터 민간에서는 향나무를 땅에 묻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침향나무로 바뀐다고 믿었다. 당시 내세에 미륵불의 세계에 태어날 것을 기원하며 향나무를 묻은 곳에 세운 비석인 ‘매향비(埋香碑)’ 탁본 이야기도 흥미롭다. 20여 가지 향을 맡아볼 수 있는 체험 코너도 있다.

‘예술로’ 코너에서는 향로의 다양한 변천사를 공예와 회화 등과 같은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제작된 향로는 조선시대에 중국의 영향을 받아 다리 3개와 귀 2개가 달린 정형향로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재질에 따라 향로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도 감상할 수 있다.

‘전쟁 속의 인천’ 코너는 중국 청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청동향로가 인천으로 유입된 과정을 통해 시대적 상황을 보여주는 전시공간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후반 인천은 지형적 특성으로 일본의 침략전쟁을 수행하는 군수도시로 변한다. 특히 일본은 1939년 부평에 병참기지이자 군수공장인 ‘일본육군 조병창(造兵廠)’을 건립한 뒤 한반도와 중국에서 공출한 금속류를 녹여 무기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인천으로 건너온 청나라 청동향로가 야적장에 쌓여 있다가 광복을 맞은 뒤 이경성 인천시립박물관 초대관장의 눈에 들어 소장품이 되기도 했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기존에는 대부분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시회가 구성됐지만 이번에는 큐레이터가 선택한 청동향로를 주제로 다양한 관점에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