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래 회장이 서해안 전남 진도의 세방낙조 전망대 주변을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대한민국 한 바퀴 5200km 완주 도전에 나선 그는 지난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67일간 2881km를 달렸다. 조웅래 회장 제공
양종구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회사 일도 잘 안 풀리고 내부에 안 좋은 일도 있었죠. 제 자신이 무기력해지기까지 했어요. 그때 코리아 둘레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뜀박질에 나선 것입니다. 땀 흘리면 에너지가 생깁니다.”
조 회장은 달리는 형님들을 따라 2001년 마라톤에 입문해 지금까지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80회 완주한 ‘철각’이다. 목요일까지 회사 일 하고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새벽 5시부터 6시간씩 주 2회 달리고 있다. 지난주까지 67일간 2881km를 질주했다. 하루 평균 43km. 매주 마라톤 풀코스를 2회 넘게 달리고 있는 셈이다. 경남 거제에선 6일 연속 달리기도 했다. 이미 서해랑길로 접어든 조 회장은 이번 주까지 달리면 전남 목포에 이른다. 그는 “DMZ길은 일부 단절 구간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안 이어진 곳이 있다면 다른 길을 돌아서라도 내년 초까지 완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한 바퀴 5200km를 최초 및 최단 시간에 완주한 기록을 공인받기 위해 한국기록원에 정식 기록 등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모든 구간 거리 및 경로 등이 표시된 지도와 일지, 기록 관련 문서, 사진 등을 전달할 계획이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기록한 모든 코스도 정보 공유 차원에서 공개할 생각이다.
조 회장은 혼자 뛴다. 그래도 외롭지 않다. 그는 “자연이 나와 함께한다. 대한민국 해안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처음 느꼈다. 전국을 돌아다녔고 해외 유명 관광지도 다녀봤지만 바다와 논밭, 숲이 조화를 이룬 경남 남해와 전남 고흥은 환상적이었다. 파도 소리도 날 응원해준다. 이번에 달리면서 자연이 위대한 벗이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고 했다.
조 회장은 언덕을 오를 때 절대 걷지 않았다. 그는 “한 번 걸으면 또 언덕이 나오면 걷고 싶어진다. 이번 폭염에 30km 지점에서 서고 싶었지만 그럼 다음에 또 선다. 그래서 속도를 늦추고 어떻게든 43∼44km를 완주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고 극복하면 자신감을 얻는 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몸에 안 좋은 신호가 오면 바로 멈춘다. 조 회장은 이번 둘레길 달리기에서 근육 이상 등으로 두 번 중도에 섰다.
“제가 이렇게 뛸 수 있는 원동력은 22년간 달린 게 쌓였기 때문입니다. 달리고 나면 요가를 1시간 합니다. 요가는 근육을 풀어주면서도 단련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 맨발로 황톳길과 흙 운동장을 걸어 몸에 나쁜 기운을 다 뺍니다. 이렇게 관리하지 않으면 못 달립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