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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바다 위 화려한 스포츠 ‘서핑’엔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있을까?

입력 | 2022-08-12 03:00:00

파도의 힘으로 움직이는 ‘서프보드’ 무게중심 맞춰야 파도 탈 수 있어
길고 면적 큰 롱보드 사용하면 부력 커져 안정적으로 뜰 수 있고
짧은 쇼트보드는 물 저항 적게 받아 빠르고 다양한 퍼포먼스에 적합



서핑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파도와 바람만으로 물 위를 움직일 수 있는 서핑의 매력에 빠져 보자.


뜨거운 여름, 보드에 몸을 싣고 바다 위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며 더위를 이기는 서퍼들! 멋진 서퍼가 되어 바다를 맛보고 싶은 독자들 있나요? 그렇다면 이번 기사를 통해 서핑을 과학으로 완전 정복해 봅시다!
○ 1교시. 서핑, 파도와 하나가 돼라!
서핑은 파도의 경사면을 타는 스포츠입니다. 서퍼라면 적절한 타이밍을 예측해 부서지기 전의 파도를 잡아야 하지요! 먼 지평선에서부터 일렁이던 물결이 언제 하얀 거품을 내며 깨질지 모르겠다고요?

포르투갈 레이리아주 나자레라는 작은 어촌에선 매년 겨울, 세계에서 가장 큰 파도를 타기 위한 서퍼들의 도전 행렬이 펼쳐져요. 무려 30m, 아파트로 치면 10층 높이의 거대한 파도가 10월에서 3월 사이 마을을 찾거든요. 서핑 국가대표팀 송민 감독은 “이렇게 거대한 파도는 바람, 조류, 해저지형 등 파도를 일으키는 여러 요인이 맞물릴 때 만들어진다”며 “나자레 파도는 먼바다에서부터 해변 앞까지 형성된 거대한 급경사 해저지형과 북서쪽에서 다가오는 너울의 영향이 합쳐지며 물살이 솟구쳐 올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어요.

파도는 물이 일정한 방향으로 파동을 전달시키는 자연 현상이에요. 파동을 일으키는 계기는 ‘바닷물을 당기는 태양과 달의 중력(기조력)’, ‘지진’, ‘해저지형’ 등 다양하지만 그중 주된 원인은 ‘바람’이죠.
○ 2교시. 파도와 시소를 타듯 서핑하라!
파도를 이해했다고 당장 바다에 뛰어들 생각이라면 잠깐! 보드에 오르는 기본 동작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가 미리 서핑학교를 찾아 기술을 배워 왔습니다.

강원 양양군 죽도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서퍼의 모습. 동아일보DB

강원 양양군 낙산해변. 평균 파고 0.2m, 풍속은 시속 3.4m, 서풍, 수온 12.3도, 기온 25도. 4월 18일, 기자는 서핑을 직접 배워 보기 위해 양양서핑학교를 찾았어요. 양양서핑학교 장진혁 강사는 5mm 두께의 고무 웨트슈트를 건네며 “몸에 딱 붙는 웨트슈트는 차가운 물이 슈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소량의 바닷물이 슈트 안에서 체온으로 데워지는 보온 효과를 줘서 찬 바다에서도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고 설명했어요.

서퍼가 바다 위에서 올라타는 서프보드는 별도의 엔진이 없어 움직임을 파도에만 의존해요. 파도가 없으면 멈출 수밖에 없어 서퍼는 보드를 밀어줄 만큼 힘이 있는 곳으로 계속 이동해야 해요. 이때 기본이 되는 동작은 보드에서 일어나는 ‘테이크오프’ 동작이에요.

기자는 강사와 함께 3가지 구분 동작(패들링, 푸시업, 스탠드업)을 해변에서 배운 뒤 차가운 바다로 입수했어요.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일어서려는 순간 보드가 흔들거리며 기울어져 자꾸 물속으로 풍덩 빠지고 말았죠.

서퍼들은 짧은 보드(쇼트보드)를 탈 땐 발을 이동시키지 않고 발로 보드를 누르거나 상체의 힘을 이용해 무게중심을 옮겨 속도와 방향, 균형을 조절해요. 롱보드는 여기에 스텝도 이용해 무게중심을 이동하지요. 서핑에서의 화려한 기술은 결국 모두 바다 위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몸짓인 셈이에요.
○ 3교시. 서프보드의 과학을 이해하라!
인간은 파도의 움직임을 좌우할 수 없기 때문에, 서퍼들은 파도의 크기나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기술에 따라 서프보드를 선택합니다. 보드에 파도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과학이 숨어 있거든요.

1770년대 영국 제임스 쿡 선장은 하와이 제도를 발견하며 서핑에 관한 첫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어요. 기록에 따르면 태평양 섬 지역인 고대 폴리네시아에서 시작된 서핑은 당시 놀이라기보다는 누가 더 화려한 기술로 큰 파도를 타는지 등을 겨루어 사회적 지위와 존경을 보장받는 수단으로 사용됐어요.

서프보드의 시작은 나무였지만, 점차 재료가 현대화되면서 견고하면서도 부력이 좋은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서프보드를 수면 위로 밀어 올리는 힘인 부력은 부피와 비례해요. 따라서 보드의 크기가 커질수록 부력도 커져 물 위에 안정적으로 떠요. 그래서 초보 서퍼는 보통 길이가 길고 면적이 넓은 롱보드로 서핑을 시작해요. 반면 짧은 쇼트보드는 물에 잠긴 면적이 줄면서 물의 저항도 작아져 속도나 회전이 빠르고 다양한 퍼포먼스에 적합해요.
○ 4교시. 바다와 사람을 존중하라!
서핑의 에티켓 중 하나는 ‘해변이나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당신이 맛본 모든 즐거움과 기쁨을 대자연 어머니에게 되돌려 놓아라’입니다.

서퍼들은 서프보드로 위험에 빠진 해수욕객을 구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어요. 2019년부터 우리나라 ‘서프구조대’는 해양경찰청의 승인을 받아 강원, 경북 포항시, 부산에서 민간 자격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서프구조대 대장을 겸하는 양양서핑학교 교장 이승대 대표는 “바다에서 구조가 필요한 대부분은 이안류에 휩쓸린 사람”이라고 했어요.

연안에서 바다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예요. 연안의 해안선을 따라 흐르는 연안류와 육지에 부딪친 뒤 다시 한 번에 바다로 돌아나가는 이안류지요. 이안류는 폭이 좁고 초당 2∼3m로 빨리 이동하는 특징이 있어요. 이 대표는 “박태환 선수가 올림픽 400m 수영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의 속도를 환산하면 초당 1.82m”라며 “서프보드의 패들링 속도는 초속 2m가 넘어 구조자에게 누구보다 빠르게 접근하고, 서프보드로 파도를 타고 빠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구조에 적합하다”고 말했어요.



이혜란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r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