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해결사 된 서울 안심마을보안관
6월 9일 0시 33분. 서울시 ‘안심마을보안관’ 홍명자 씨(65)는 강남구 논현동의 거리를 순찰하다가 한 건물 앞에서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멈춰 섰다. 몇 차례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셔 보니 영락없는 가스 냄새였다. 홍 씨는 부리나케 논현파출소와 강남소방서에 신고했고, 7분 만에 경찰차와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확인 결과 실제로 다가구 주택 지하 보일러실에서 가스가 새고 있었다. 자칫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사고를 예방한 것이다.
○ 전직 경찰 등이 야간 순찰
보안관들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평일 오후 9시∼다음 날 오전 2시 반 2인 1조로 동네를 순찰하며 시민 구호와 위험 시설물 처리 등을 한다. 관악구 서원동, 강서구 화곡본동, 광진구 화양동, 동대문구 제기동 일대 등 주로 1인 가구가 밀집된 주거취약구역 15곳에서 활동 중이다.
총 63명의 보안관 가운데는 전직 경찰 및 군인 10명과 무술 유단자 14명이 포함돼 있다. 홍 씨 역시 강남구에서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모든 보안관은 경비원 교육과 심폐소생술,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교육을 받은 뒤 투입된다.
서울시 안심마을보안관이 술에 취해 길에서 잠든 사람을 발견해 깨우고 있다. 서울시 제공
보안관들은 길을 잃은 치매 노인을 집에 데려다주는 등 노약자 보호(41건)에서도 활약했다. 동네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습(51건)한 것 또한 보안관들의 성과다. 지난달에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눈썹 부위가 10cm가량 찢어진 주민을 보안관이 도와 지혈을 한 뒤 병원으로 옮겼다. 동네에서 주민이 부탄가스를 들고 자해 소동을 벌인 적도 있었지만 보안관이 사고로 이어지는 걸 막기도 했다.
○ 치안 만족도 56%에서 79%로 껑충
보안관들이 다양한 활약을 펼치다 보니 활동 지역의 치안 만족도도 올라갔다. 서울시가 사업 시행 전후 이들이 활동하는 15개 지역 주민 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재 사는 지역의 치안에 만족한다’는 응답률은 보안관 출범 이전 56.3%에서 출범 후 79.1%로 22.8%포인트 증가했다. ‘보안관이 심리적 안정을 제공한다’는 응답이 92.1%, 사업 만족도는 91.0% 수준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사업 만족도가 높아 예산 8억6300만 원을 추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선 서울시 1인가구특별대책추진단장은 “사업 시행 구역을 점차 확대해 1인 가구가 늦은 시간에도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