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이른 무더위가 시작됐던 지난 달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수원=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는 전력 공급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는데도 정부가 전기요금을 계속 억눌러 왔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공기업 한전의 부실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 등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큰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한전의 적자 규모는 전력 수요가 많은 하반기에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이미 한계치까지 올랐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전기요금 인상을 선뜻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전기 팔수록 손해 커지는 구조
한전은 발전회사에서 전력을 구입한 뒤 국민들에게 판매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전기요금이 워낙 싸게 유지되다보니 구매가가 판매가보다 훨씬 비싼 역마진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를 많이 팔수록 손실이 많아지는 셈이다.
실제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살 때 기준이 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올 상반기 kWh(킬로와트시)당 169.3원으로 전년(78.0원)의 두 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하지만 한전의 전력 판매단가는 110.4원에 그치고 있다. 산술적으로 전력 1kWh를 팔 때마다 한전은 58.9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SMP는 이달 들어 200원 선도 돌파하며 전력시장 개설 이후 가장 비싼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연료비가 안정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 물가 우려에 전기요금 인상 미지수
정부는 한전에 적자 해소를 위한 고강도 자구책을 주문해 왔다.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전은 이런 방안들로는 재무구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자체 진단을 내리고 있다. 한전은 이날 자료에서 “자구노력이 영업손실 감소에 기여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원가주의에 입각한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력 구매비용의 상승에 맞춰 전기요금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올 3분기(7~9월) 전기요금의 일부인 연료비 조정단가를 5원 올리고 10월에도 기준연료비를 kWh당 4.9원 추가 인상하기로 했지만 적자 폭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결국 한전의 적자가 임계치에 다다르면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부채를 떠안거나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느 쪽이 됐든 결국 국민들의 부담만 커지는 꼴이다. 2008년 한전이 사상 첫 적자를 냈을 때도 정부는 66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