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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 몸-마음의 찌꺼기 비워져…5200km ‘대한민국 한바퀴’ 완주 도전”[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2-08-13 14:00:00


조웅래 회장이 전남 강진 해안을 달리고 있다. 조웅래 회장 제공.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회사 일도 잘 안 풀리고 내부에 안 좋은 일도 있었죠. 제 자신이 무기력해지기까지 했어요. 그 때 코리아 둘레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뜀박질에 나선 것입니다. 땀 흘리면 에너지가 생깁니다.”

지난해 12월부터 대한민국 둘레길 5200km 완주 도전에 나선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63)은 22년째 달리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달리는 형님들을 따라 2001년 마라톤에 입문한 조 회장은 지금까지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80회 완주한 ‘철각’이다. 달리기 시작하면서 달리기는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달리면 몸과 마음에 쌓인 찌꺼기가 비워집니다. 비워야 채워지듯 달리고 나면 에너지가 충만해집니다. 전 기분이 안 좋으면 달립니다. 그러면 의욕이 없다가도 생기가 넘칩니다. 마라톤은 제 인생은 물론 사업에도 큰 도움을 줬습니다. 달리면 생각도 바뀝니다.”

조웅래 회장인 전남 진도 해안을 질주하고 있다. 조웅래 회장 제공.

조 회장이 ‘대한민국 한 바퀴’ 5200km 완주에 나선 이유다. 그는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부산까지 동해안 해파랑길(750km), 부산 오륙도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남해안 남파랑길(1470km), 해남부터 강화도 평화전망대까지 서해랑길(1800km), 그리고 강화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524km)을 달릴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조성한 ‘코리아 둘레길’이다. 여기에 제주도 둘레길(220km), 육지와 교량으로 연결된 주변 섬과 해안선(436km) 등을 합치면 5200km에 이른다. 조 회장이 만든 ‘대한민국 한바퀴’다.

조 회장은 목요일까지 회사 일하고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새벽 5시부터 6시간씩 주 2회 대한민국 한 바퀴를 달리고 있다. 8월 6일까지 67일간 2881km를 질주했다. 하루 평균 43km. 매주 마라톤 풀코스를 2회 넘게 달리고 있는 셈이다. 경남 거제에선 6일 연속 달리기도 했다. 이미 서해랑길로 접어든 조 회장은 이번 주까지 달리면 전남 목포에 이른다. 그는 “DMZ길은 일부 단절구간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안 이어진 곳이 있다면 다른 길을 돌아서라도 내년 초까지 완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웅래 회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응원온 친구들과 포즈를 취했다. 조웅래 회장 제공.

“달리다보니 무슨 엉뚱한 짓이냐고 하던 사람들이 응원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따라 도전해보겠다는 사람도 있었죠. 60대 중반인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큰 자부심이 생겼죠. 매번 풀코스 이상 달리자는 목표로 달리기 시작했는데 매번 성공하면서 제가 자랑스럽고 강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40km를 넘어서면 더 힘이 납니다. ‘오늘도 목표 달성했다’는 생각에 더 에너지가 넘쳐요.”

조 회장은 혼자 뛴다. 그래도 외롭지 않다. 그는 “자연이 나와 함께 한다. 대한민국 해안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처음 느꼈다. 전국을 돌아다녔고 해외 유명 관광지도 다녀봤지만 바다와 논밭, 숲이 조화를 이룬 경남 남해와 전남 고흥은 환상적이었다. 파도소리도 날 응원해준다. 이번에 달리면서 자연이 위대한 벗이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고 했다.

조 회장은 언덕을 오를 때 절대 걷지 않았다. 그는 “한번 걸으면 또 언덕이 나오면 걷고 싶어진다. 이번 폭염에 30km 지점에서 서고 싶었지만 그럼 다음에 또 선다. 그래서 속도를 늦추고 어떻게든 43~44km를 완주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고 극복하면 자신감을 얻는 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몸에 안 좋은 신호가 오면 바로 멈춘다. 조 회장은 이번 둘레길 달리기에서 근육 이상 등으로 두 번 중도에 섰다.

조웅래 회장(왼쪽)이 응원 온 가족들와 포즈를 취했다. 조웅래 회장 제공.

“제 친구들, 가족들이 가끔씩 응원을 옵니다. 그럼 그날 질주가 끝나는 곳에서 장을 봐 음식을 해줍니다. 고마움의 표시죠. 뭐 술도 한잔 합니다. 인생 이렇게 서로 즐겁게 사는 것 아닙니까.”

조 회장은 뛰는 과정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 ‘괴짜왕 조웅래’에 올린다. 액션 카메라를 들고 평균 시속 10~11㎞로 달리면서 말하는 ‘러닝 토크’ 영상으로 매주 업로드 된다. 여기에 응원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다. ‘괴짜왕 조웅래’는 2020년 11월부터 올리고 있는 동영상이다. 코로나19가 터지고 사람들 사는 게 힘들어져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 시작했다.

2004년 (주)선양주조를 인수한 조 회장은 주류 업체 오너로서 한 달에 술자리가 30~40회나 된다. 그는 “술 마시는 게 일인데도 건강검진 때마다 몸 상태가 좋게 나와 의사가 신기해한다”고 했다. 그는 2006년부터 계족산 14.5km 임도에 황토를 깔아 맨발로 걷고 달릴 수 있게 했다. 첫해 2만여 톤, 이후 매년 2000여 톤을 추가로 뿌리고 관리한다. 보수공사 및 비온 뒤 정비 등 연간 10억 원이 들어간다. 계족산은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2006년 초 대전을 방문한 지인들과 계족산을 걷다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게 운동화를 벗어주고 맨발로 걸으며 맨발걷기의 효능을 체험했어요. 몸이 후끈 달아올랐어요. 잠을 잘 못 잤는데 숙면을 취했고 머리도 맑아졌죠. 그 때부터 계족산을 맨발로 걸어 다녔습니다. 그런데 곳곳에 큰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어 발바닥이 아팠어요.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맨발로 걷게 하기 위해 황토를 깔았습니다.”

조웅래 회장이 경북 울진 해안에서 활짝 웃으며 셀카를 찍었다. 조웅래 회장 제공.

조 회장은 2013년 (주)선양주조를 맥키스컴퍼니로 바꿨다. 맥(脈·이을 맥)과 KISS를 혼합해 만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8년 소주 ‘O2린’을 ‘이제우린’으로 바꾼 것도 단순히 술을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의 의미를 담기 위해서였다.

그는 대한민국 한 바퀴 5200km를 최초 및 최단 시간에 완주한 기록을 공인받기 위해 한국기록원에 정식 기록 등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모든 구간 거리 및 경로 등이 표시된 지도와 일지, 기록 관련 문서, 사진 등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기록한 모든 코스도 정보 공유 차원에서 공개할 생각이다.

“제가 이렇게 뛸 수 있는 원동력은 22년간 달린 게 쌓였기 때문입니다. 달리고 나면 요가를 1시간 합니다. 요가는 근육을 풀어주면서도 단련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 맨발로 황톳길과 흙 운동장을 걸어 몸에 나쁜 기운을 다 뺍니다. 먹는 것도 잘 먹습니다. 이렇게 관리하지 않으면 못 달립니다. 뭐든 하고 싶다고 바로 되는 것은 없습니다. 작은 것들일 꾸준하게 지속하는 게 비결입니다. 22년간 부상 없이 달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조웅래 회장이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질주하고 있다. 대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접지효과(Earthing)로 활성산소가 빠져 나가고 마사지 효과도 볼 수 있다. 조 회장은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거의 매일 달리고 사무실에 요가 매트를 깔고 근육을 풀어주며 몸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맨발걷기가 왜 좋은지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은 잘 모른다. 다만 황톳길을 깔고 맨발로 걷고 달리면서 내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40km 이상 달리고 몸을 회복하는 제일 중요한 방식은 요가와 맨발걷기다”고 말했다.

“90살에도 풀코스를 달리는 게 꿈입니다. 인생은 마라톤에 비유합니다. 10km든 하프코스, 풀코스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완주를 못합니다. 인생도 준비 안하면 힘듭니다. 마라톤 완주를 준비하면서 심신이 건강해고 에너지도 얻습니다. 완주하고 나면 자신감도 생깁니다. 아흔 살에도 그 기분을 느끼고 싶습니다.”

조웅래 회장이 요가를 하는 모습. 조웅래 회장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