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없는 ‘윤핵관’들과 끝까지 싸울 것” 징계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윤핵관’과의 전면전 선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08.13. 뉴시스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을 향해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윤핵관’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기 바란 다기 보다는 대한민국이 잘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또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한 이 대표는 ‘윤핵관’들을 향해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도 불구하고 집권 초반 여권의 극심한 내부 갈등은 더 깊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비대위 전환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로 첫 심문은 17일 열린다.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기자회견을 갖는 날이다.
● “윤핵관, 또 희생양 찾을 것”
지난달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 이후 전국을 돌며 당원과 지지자들을 만났던 이 대표는 이날 징계 36일 만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작심하고 거친 언사들을 쏟아냈다. 회견문 낭독에 이어 이어진 질의응답까지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견에서 그는 ‘윤핵관’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6000자 분량의 회견문에서 징계 국면의 발단이 된 성 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이들을 향해 “윤석열 정부가 총선 승리를 하는 데에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 지역 출마를 선언하라”며 “여러분이 그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절대 오세훈(서울시장)과 맞붙은 정세균(전 국무총리), 황교안(전 총리)과 맞붙은 이낙연(전 총리)을 넘어설 수 없다”고 했다. 또 “경상도나 강원도, 강남 3구 등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 때문에 딱히 더 얻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윤핵관’이란 사람들이 정당을 경영할 능력도, 국가를 경영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중에) 그들만의 희생양을 또 찾아 나설 것”이라며 “‘윤핵관’들은 선거가 임박하면 떠받들었던 사람까지 희생양으로 삼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희생양에 대통령도 포함되나’라는 질문에 “‘삼성가노(三姓家奴·성이 3개인 종)’라는 단어가 떠오르긴 하는데 그 이상의 해석은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삼성가노’는 앞서 이 대표가 “2017년 대선 당시 세 명의 후보를 밀었다”며 ’윤핵관‘을 비판하며 쓴 표현이다.
●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의 휴대전화에서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 사이에 오간 메시지가 포착된 것을 두고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의 위기”라고 했다. 이어 “이 정권이 위기인 것은 ‘윤핵관’이 바라는 것과 대통령이 바라는 것, 그리고 많은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것이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여당의 상황을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하고 비대위 전환을 의결한 것도 비판했다. 비상상황 결정을 과거 군부 독재 시절 계엄령에 빗댄 이 대표는 “비상상황을 주장하면서 당의 지도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황당한 발상”이라며 “당이 한 사람을 몰아내려고 몇 달 동안 ‘위인설법(爲人設法·사람을 위해 법을 일부러 마련함)’을 통해 당헌·당규까지 누더기로 만드는 과정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모습을 더불어민주당에 빗대 성토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비대위 전환을 위해 누더기로 만든 당헌·당규와 그 과정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한다고 모든 무리수를 다 동원하던 민주당의 모습과 데칼코마니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민주당이) 이재명 의원을 지키기 위해서 위인설법하고, 이 의원 지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걸 (국민의힘이) 비판할 방법이 있나”라며 “당의 이런 처신을 보면서 가장 웃고 있는 것은 이 의원일 것”이라고 했다.
● “尹 대통령 만날 이유 없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감정도 감추지 않았다. “일련의 상황을 보고 제가 뱉어낸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걸고 뒤에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의 탄식은 저에 대한 자책감 섞인 질책이었다”고 한 그는 “돌이켜보면 저야말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던 사람이었다. 선거 과정 중에서 그 자괴감에 몇 번을 뿌리치고 연을 끊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과정 내내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서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 대표로 열심히 뛰어야 했던 제 쓰린 마음”이라며 “그래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내가 참아야 한다고 크게 '참을 인(忍)'자를 새기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고 목이 쉬라고 외쳤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내부총질’ 메시지에 대해서도 “내부총질이라는 표현을 봤을 땐 그 표현 자체에서는 큰 상처를 받지 않았다”며 “그저 올 것이 왔다는 생각과 함께 ‘양의 머리를 걸고 진짜 무엇을 팔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젊은 유권자들의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호남의 섬 지역 유세에 나섰던 일 등 대선 당시 과정을 설명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통령을 만날 이유가 없다. 이유도 없고 풀 것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통령께 여쭙고 싶은 것은 ‘윤핵관’들을 도려내고 전격적 인적쇄신을 하고 대선 때 공약했던 의지를 천명할 때 대한민국이 잘 될지, 아니면 이준석이 닥치고 있을 때 성공할지”라고 덧붙였다.
다만 ‘윤핵관’을 작심하고 성토할 때와 달리 윤 대통령 관련 언급에는 수위를 조절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저의 문제는 상당 부분 오해에서 기인됐다는 생각이 있다”며 “오해는 중간에서 전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심 가득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늘 대통령에게 쎈 말을 쏟아냈다고 하는데 몇 가지 사실 관계를 이야기 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 윤핵관 향해 “끝까지 싸우겠다” 선언
이 대표는 자신의 법적 대응을 두고 여권 내에서 “큰 후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도 오만함, 후안무치 등의 표현을 써가며 ‘윤핵관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당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되묻겠다”며 “그걸 알면 어쩌자고 이런 큰 일을 벌이고 후폭풍이 없을거라 생각 했나”라고 했다. ‘선당후사’ 요구에 대해서도 “근본 없는 용어”라며 “북에서 쓰이는 용어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다시 한 번 우리 당의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국민과 당원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서 책임 있는 사람으로서 진심을 다해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며 “그들(‘윤핵관’)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당원 소통 공간 등을 만들어 자신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표는 “여론조사 보면 (자신과 가까운) 유승민 전 의원도 상당한 지지를 확보하는 것 같고, 저에 대한 기대를 가진 당원과 국민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윤핵관’은 합쳐도 (지지율이) 채 10%도 안 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여론을 발판으로 차기 전당대회 과정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