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무기 동원해 연일 무력시위…중국 기관지 “이번 훈련은 통일 작전 리허설”
중국군이 8월 초 대만 인근 해역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China.mil
중국 탄도미사일은 언제나 ‘둥펑(東風·DF)’과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된다. 둥펑은 말 그대로 동쪽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둥펑이라는 명칭은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의 연설에서 따왔다. 마오는 1957년 11월 2일 옛 소련에서 열린 10월 혁명 4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당시 마오는 모스크바대 강당에서 연설을 통해 “오늘날 세계에는 둥펑과 시펑(西風)이라는 2개의 바람이 있다”며 “나는 둥펑이 시펑을 압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둥펑은 소련과 중국의 공산주의 체제를, 시펑은 미국 등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말한다. 마오의 연설은 공산주의가 민주주의에 승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 중국은 자국 탄도미사일에 이 이름을 붙이면서 미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미사일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치·군사적 무기다. 특히 탄도미사일은 탄두에 어떤 종류의 무기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적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탄두에 생화학,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탑재할 경우 가장 좋은 전략무기가 된다. 군사적으로 열세인 국가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면 적국의 수도나 주요 도시 및 군사시설 등을 쉽게 공격할 수 있다. 더욱이 탄도미사일이 요격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면 적국 미사일방어(MD) 체제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다.
낸시 펠로시 대만 방문에 반발, 연일 군사훈련
8월 2일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차이잉원 트위터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봉쇄 전략의 일환으로 대만 인근 해역에서 각종 군사훈련을 실시해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8월 4일 정오부터 7일 정오까지 대만 인근 해역 6곳에 설정한 군사훈련 지역에서 각종 탄도미사일과 전투기·함정 및 다연장 장거리 로켓포 등을 동원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번 훈련에서 주목할 점은 중국이 발사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는 DF-17 극초음속 미사일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중국군은 이번 훈련을 실시하면서 이동형 트럭 발사대에 실려 이동하는 탄도미사일 부대의 모습을 국영 CCTV를 통해 의도적으로 공개했다. 윗부분이 위장막으로 가려졌지만 뾰족한 세모 모양으로 돌출된 탄두 모양을 보면 DF-17로 추정된다. 바퀴가 5개씩 달린 탑재 트럭의 모습도 중국이 과거 열병식 등 행사에서 공개한 DF-17의 모습과 일치한다. DF-17은 사거리가 2500㎞로, 작전 반경은 남중국해·대만해협·동북아 등이다. 극초음속 활공체(HIV)를 탑재해 기존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빠른 음속의 10배 속도(마하 10)를 내며, 비행 중 궤도 수정이 가능해 대만 긴급 사태 때 미국이 투입하는 항공모함 등 지원 전력을 저지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을 침공할 때 타국이 대만을 돕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반(反)접근·지역 거부(Anti-Access/Area Denial·A2/AD)’ 전략에 따라 미 해군 핵 항모 전단을 막는 데 요긴한 첨단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중국은 제3차 대만해협 위기 때인 1995년 7월부터 1996년 3월까지 8개월에 걸쳐 대만 앞바다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전쟁 위기감을 극도로 고조했다가 미국이 2개 항모 전단을 대만 인근에 집결시키는 초강경 대응에 나서자 무력시위를 슬그머니 중단한 바 있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스이 대변인은 “동부전구 로켓부대가 대만 동부 해역의 여러 지역에 여러 형태의 재래식 탄도미사일을 집중 타격했고, 미사일은 전부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이 대변인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의 목적은 정밀 타격과 지역 거부 능력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해상에 다오롄(島鍊·Island Chain)이라는 가상의 선을 설정하고 미군 항모 전단이 자국 연안은 물론, 동·남중국해에 진입하는 것을 막고자 지금까지 A2/AD 전략을 추진해왔다. 제1다오롄은 일본 열도-난세이 제도-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며, 중국 연안에서 1000㎞ 떨어져 있다. 제2다오롄은 중국 연안에서 2000㎞ 거리인 오가사와라 제도-이오지마 제도-마리아나 제도-괌-팔라우 제도-할마헤라 섬으로 이어진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략 목표는 제1다오롄을 내해화(內海化)하고, 제2다오롄의 제해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탄도미사일 일부 대만 도시 위로 날아가
중국군이 8월 초 대만 인근 해역에 다연장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다. 중국군 동부전구 웨이보
중국은 이런 전략에 따라 동·남해안에 중·단거리미사일을 대거 배치했다. 중국이 그동안 개발해 실전 배치한 탄도미사일을 보면 DF-21D, DF-26, DF-15, DF-16 등이다. 세계 최초 대함탄도미사일(ASBM)인 DF-21D는 사거리가 1800~3000㎞에 달하고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DF-21D는 ‘항모 킬러’로 불릴 정도로 미군 항모 타격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사거리 3000~4000㎞로 추정되는 DF-26은 미군 항모는 물론, 일본 열도 전역과 오키나와 등에 위치한 주일 미군기지, 괌까지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DF-26은 ‘괌 킬러’로 불린다. 사거리가 1000㎞인 DF-16은 오키나와의 주일 미군기지 타격이 가능하며, 핵무기를 포함한 1000㎏ 탄두를 장착할 수 있고, 목표물 10m 이내에 착탄이 가능할 정도로 정밀도도 높다.
중국 정부는 또 대만을 겨냥해 사거리 600~1000㎞인 DF-15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DF-15는 90kt급 전술 핵탄두 1기 탑재가 가능해 대만을 핵 공격할 수 있다. 중국은 8월 1일 인민해방군 창건 기념일인 건군절을 맞아 CCTV를 통해 DF-17 발사 장면을 처음 공개했다. DF-17은 2019년 건국 70주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첫선을 보였지만 그동안 발사 훈련과 실전 배치 여부가 베일에 가려 있었다. DF-17에 장착된 HGV는 DF-21D나 DF-26은 물론, DF-41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도 장착이 가능해 중국군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이번 훈련은 대만 통일 작전 예행연습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의 영자 자매지 ‘글로벌 타임스’는 “이번 훈련은 통일 작전 리허설”이라며 “중국군이 대만을 완전히 봉쇄하면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절대적 통제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훈련을 대만 주요 항구와 군사기지들을 타격하고 미군 항모 전단이 진입할 길목을 사실상 봉쇄한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했다. 중국의 이번 훈련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대만을 지원하는 외부 세력(미국과 일본)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 둘째는 대만 정부와 국민의 독립 의지를 무력으로 저지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다. 중국군이 훈련 해역 6곳에 대만 동부 해역을 포함한 것은 대만 침공 시 미군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게다가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5발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진 것은 일본의 개입도 경고한 셈이다. 중국군은 또 탄도미사일 일부를 사상 처음으로 대만 북부에 자리한 수도 타이베이, 중부의 제3도시 타이중, 남부의 제2도시 가오슝 상공을 날아가게 했다. 이는 대만 국민에게 공포를 주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다
국제사회에 ‘하나의 중국’ 원칙 분명히 보여줘
중국이 2019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DF-17 극초음속 미사일을 처음 선보이고 있다. China.mil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국군이 설정한 훈련 해역이 모두 대만해협의 중간선을 넘어 대만 쪽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젠(J)-20을 비롯해 폭격기, 공중급유기 등 사상 최대 규모의 각종 군용기 100여 대를 중간선을 통과해 대만 방공식별구역으로 동시에 투입시켰다. 특히 훈련 해역 3곳은 모두 대만 영해다. 대만해협의 중간선은 미국이 1955년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설정한 경계선이다. 중국의 의도는 대만은 자국 영토이니 중간선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대만해협에 대한 주권을 갖고 있다”면서 “어떤 나라들은 대만해협이 ‘국제 수역’이라고 의도적으로 왜곡하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해협이 중국 영해이니 미국 등 서방 해군 함정들의 ‘항행의 자유 작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길이 400㎞, 폭 130∼200㎞, 수심 50m인 대만해협은 대만 입장에서는 중국의 위협을 막아주는 ‘천혜의 방파제’이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방해하는 지리적 애물단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 영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인근 지역에 설정한 군사훈련 현황. 글로벌 타임스
중국은 이번 훈련을 통해 국제사회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군사적으로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차이잉원 총통과 대만 정부는 중국의 침공 위협에 대해 “대만은 국가 안보와 영토의 완전성, 자유민주주의 방어선을 굳건히 수호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미국 백악관과 정부 역시 “중국의 어떤 행동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놓고 ‘치킨 게임’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52호에 실렸습니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