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킨 소설 ‘악마의 시’의 작가 살만 루슈디(75)를 흉기로 찌른 하디 마타르(24)가 2급 살인미수와 폭행 혐의로 13일(현지시간) 기소됐다.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셔터쿼 카운티의 제이슨 슈미트 지방검사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용의자 마타르는 보석 없이 구금됐다”고 말했다.
마타르는 전날 오전 뉴욕주 셔터쿼 인스티튜션에서 강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루슈디에게 달려들어 그의 목과 복부 등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뒤 현장에서 체포됐다.
마타르의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루슈디가 오랜 기간 신변의 위협을 받아온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슈미트 검사장은 이날 기소 인정 여부 절차에서 “루시디를 겨냥한 사전 계획된 공격”이라며 루슈디가 10차례에 걸쳐 흉기에 찔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타르의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마타르가 “매우 협조적이고 공개적으로 의사소통해왔다”고 밝혔다. 이날 마타르는 검정과 흰색 줄문의 죄수복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갑을 찬 채 법정에 등장했다.
외신은 마타르가 이슬람 시아파 극단주의 사상에 동조하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주장을 지지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정부와 관련 있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NYT는 마타르가 거주하는 동네 주민들이 대부분 마타르를 모르거나 그의 가족을 모른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일부는 그가 고개를 숙이고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동네를 다녔다고 전했다.
루슈디는 1988년 발표한 소설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며 이슬람권의 살해 협박을 받아왔다.
이듬해 이란 최고지도자이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루슈디와 출판에 관여한 이들에 대한 처형을 명령하는 ‘파트와’(이슬람 율법에 따른 칙명)를 선포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13일 성명에서 이번 공격에 충격과 슬픔을 느꼈지만 “진실, 용기, 회복력과 두려움 없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그의 능력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다른 사람들이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데 대한 반응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인도 출신의 루슈디는 영국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이주했고 1981년 당시 인디라 간디 인도총리를 풍자한 소설“ 한밤중의 아이들”로 부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범행을 한 마타르는 레바논 남부 야룬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부부에게서 태어났다고 레바논 소도시의 알리 테페시장이 말했다.
이 지역은 이란이 후원하는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장악한 지역이다. 13일 이 곳에 온 외신기자들에게 헤즈볼라는 사건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고 즉시 지역에서 떠나달라고 요구했다.
이란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이번 테러 공격의 동기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일부 이란인들이 공격범을 칭찬하고 이슬람교를 모독한 루슈디를 비난하는 인터뷰를 한 내용들을 보도했다.
루슈디는 오랜 세월 무슬림의 살해 협박에 시달리면서도 다른 가명으로 저작물들을 출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계속했다.
이번 뉴욕 강연에서 그는 테러리즘이 이제는 정말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면서 “ 거기에 굴복하지 않는 유일한 길은 두려워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습격으로 30년 이상 무슬림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아온 노 작가 루슈디는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흉기 공격의 잔인함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과 분노를 표현했다.
작가와 활동가들은 목숨을 걸고 표현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루슈디의 작가 정신과 표현의 자유 수호에 격려로 화답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 경비가 소홀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CNN방송은 강연 주최 측이 기본적인 안전 강화 권고조차 거절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강연 참석자들의 가방 검사나 금속탐지기 검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강연장에는 주 경찰관 1명과 카운티 보안관실 소속 경찰관 1명만 배치됐는데 이 역시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