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3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만4592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하고 있으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숙소나 방역 지원이 줄어 감염자와 그 가족이 격리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감염자 사이에 ‘격리도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 재확산세 뚜렷한데 바이러스 피할 곳 줄어
코로나19 재확산세는 이미 정부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9일 15만명을 돌파하자 정부는 정점 예측치를 15만명에서 20만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문제는 방역을 하고 싶어도 코로나19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만해도 1월10일부터 운영하던 가족안심숙소를 종료했다. 가족안심숙소란 확진자의 바이러스가 가족에게 옮지 않도록 증상이 없는 만19세 이상 수동감시자 가족을 격리하려는 숙소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자가격리 숙소를 제공하는 어플 ‘위홈’의 예약 화면ⓒ 뉴스1
서울시 관계자는 “강북권은 5월까지, 강남권은 9월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숙박업소 플랫폼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지침이 바뀌어 5월23일부로 서비스를 마쳤다”면서 “시범운영이었기 때문에 재운영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보건소를 모두 살펴봐도 격리 및 숙박 서비스를 지원하는 구는 성북구가 유일하다. 일선 보건소들은 격리 시설을 문의하자 “알아서 해야 한다”는 안내만을 내놨다.
서울시 ‘가족 안심 숙소’의 운영 종료를 알리는 팝업창 ⓒ 뉴스1
서울시 주민 권모씨(56·남)는 “증상이 일요일부터 나타났는데 가장 가까운 보건소도 교통편을 이용해야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며 “증상이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탈 수 없어 공공 방역택시를 알아봤지만 제공 서비스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방역택시 서비스 담당자는 “확진자를 이송하는 방역택시를 시가 운영한 적은 없다”며 “구 보건소가 차를 한두대 배치해 확진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것도 5월부로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의 보건소는 병원이나 선별검사소 방문을 위해 방역택시가 필요한 시민에게 사설 방역택시 번호를 안내하고 있다. 이마저도 보건소에 전화해 따로 알아봐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씨는 “딸이 먼저 감염됐는데 재택치료가 원칙이라 내가 나가야 했다”며 “하지만 당일 이용할 수 있는 공공격리시설이나 숙소가 없었다”고 푸념했다. 결국 서씨 일가족 3명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다.
◇ 격리 비용도 큰 부담…“사회적 약자 배려 필요”
가족이 모두 확진된 상황에서 호텔 격리를 선택한 대학생 박모씨(24)는 “호텔 비용, 식비가 매번 나가다 보니 금전적 부담이 컸다”고 토로했다. 박씨가 숙박비로 낸 비용은 하루 10만원이 넘었다.
가족이 대피할 수 있는 숙소를 직접 찾았던 직장인 신모씨(27·여)도 “1월 말에 고위험군인 아버지의 확진을 막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예약했고 2주 동안 숙박비로 200만원을 썼다”며 “이후 재난지원금을 받기는 했지만 숙박비와 생활비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가족끼리의 감염을 막기 위해 외부 시설에서 격리를 할 때 상당한 비용이 드는 셈이다.
이동수단이나 운전 능력이 없을 때 이용하는 사설 방역택시는 비말차단막이 설치돼있는데다 승차거부가 없지만 일반택시보다 요금이 비싸다.
한 사설 택시 플랫폼이 제공하는 공기살균, 손소독제·비말차단막 설치 택시는 기본요금이 5500원이다. 구로구 보건소가 소개한 또다른 사설 방역택시는 기본 운임이 4만원이고 구를 넘어가면 추가요금 2만원이 붙는다.
서초구에 사는 감염자가 격리를 위해 숙박이 가능한 마포구의 게스트하우스에서 12일부터 7일간 격리한다고 가정하면 숙박비와 이동비용으로만 170만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은 자기 돈 들여 격리하더라도 사회적 약자는 보건복지부나 보건소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