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최근 한 달 반 새 시중은행 예·적금 35조 원 가까이 급증하며 올 상반기(1~6월) 증가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사상 초유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서 주식 등에 쏠렸던 뭉칫돈이 은행으로 향하는 ‘역(逆) 머니무브’가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11일 현재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757조4278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에 비해 6조8620억 원 늘었다. 7월 한 달간 28조56억 원 불어난 것을 고려하면 최근 40여 일 동안 은행 예·적금으로 34조8676억 원이 몰린 것이다. 올 상반기 예·적금 증가액(32조5236억 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지난달 13일 한은의 빅스텝 이후 수신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주식 등 자산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안전자산인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자금 유입 속도가 가팔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3.60%, 적금 금리는 연 5.50%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이 내놓은 ‘NH올원e예금’도 지난달 11일 0.4%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주는 특판 이벤트를 시작한 뒤 3주 만에 2조 원 한도가 나갔다. 우리은행이 12일 출시한 연 최고 금리 3.47%짜리 특판 상품 ‘원(WON)플러스 예금’ 역시 빠르게 완판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예금 금리가 연 4%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는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은행 요구불예금은 감소 추세다. 11일 현재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61조3138억 원이다. 7월 한 달간 36조6033억 원 빠져나간 데 이어 이달에도 12조464억 원 더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로 돈을 넣었다 뺄 수 있는 대신 금리가 0%대로 낮은 편이다. 경기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요구불예금에 뭉칫돈을 맡겨두고 투자처를 찾던 수요마저 쪼그라든 것으로 풀이된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