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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 잘못 설치된 교차로서 불법유턴 사고…대법 “지자체 책임 없어”

입력 | 2022-08-14 15:45:00

1심 “지자체 책임 없어”→2심 “지자체 책임 인정”
대법 “표지판 설치·관리상 하자 있다고 보기 어려워”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동아일보 DB


도로 상황과 맞지 않는 표지판이 설치됐더라도 보통의 운전자가 혼동을 일으키지 않을 상황이라면 교차로에서 불법 유턴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난 경우 표지판을 설치한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 씨 등 3명이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7년 3월 29일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오토바이를 대여해 운전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당시 A 씨는 좌회전이 불가능한 ‘ㅏ’자 형태 교차로에서 신호가 적색으로 바뀌자 유턴을 시도하다가 맞은편에서 시속 71km로 달리던 차량과 추돌했다. A 씨는 이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시 교차로에 설치된 유턴 표지판에는 ‘좌회전 시·보행신호 시, 소형·승용·이륜에 한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A 씨 가족은 표지판의 하자와 사고 발생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표지판 설치·관리 주체인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문제가 된 표지판에 대해 지자체의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사고와의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지자체의 관리 책임 및 표지판과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모두 인정해 제주도가 A 씨에게 2억3524만 원, A 씨 부모에게 각각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자체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보조표지 내용에 일부 흠이 있더라도 일반적, 평균적인 운전자 입장에서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방법을 기대할 수 있다면 표지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턴 표지판에 ‘좌회전 시’라는 문구가 있더라도 좌회전이 불가능한 도로에서는 통상 신호등이 적색일 때도 유턴할 수 있다고 혼동을 일으키지 않다는 취지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