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 ‘불편한 편의점’ 2편 낸 김호연 작가
‘불편한 편의점’은 김호연 작가가 대학 선배 오평석 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 작가는 “무심결에 ‘형이 하는 편의점은 좀 불편할 것 같은데’라 농담했는데 소설 제목으로 어울린다 생각했다”면서 “작가들은 아이러니가 살아있는 제목을 찾아 헤매지 않냐”며 웃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독자에게 최대한 익숙하고 살가운 글을 쓰고 싶어요. ‘현실 밀착형 대중소설’이라 하면 될까요? 하하.”
지난해에 이어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은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을 쓴 김호연 작가(48)가 말했다. 지난해 4월 출간된 불편한 편의점은 올해 상반기 서점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지금까지 70만 부 이상 팔렸고, 10일 나온 ‘불편한 편의점2’ 역시 사전 요청이 많아 1쇄만 10만 부를 찍었다. 소설의 배경이 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편의점에서 12일 김 작가를 만났다.
그는 “독자의 마음은 참 예측불가”라며 웃었다.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망원동 브라더스’ 이후 다섯 번째 소설인 불편한 편의점이 이토록 큰 인기를 얻을 줄 몰랐다. 그는 “출판사와 계약도 안 하고 홀로 인터넷에 연재나 할 마음으로 썼다”며 “심혈을 기울였던 어느 작품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감사했다.
1편에 이어 2편 역시, 선량하지만 현실에 치이며 사는 평범한 이들이 등장한다. 성실히 취업을 준비하지만 미래를 알 수 없는 20대 소진, 코로나19 등 여파로 폐업 위기에 처한 정육식당 최 사장, 우등생인 형과 비교당하며 위축된 고교생 민규…. 우리 주변 인물들을 똑 닮았다.
“예전엔 편의점이 동네 슈퍼에 비해 다소 냉정한 공간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누구에게나 친숙한 공간이 됐어요. ‘늦은 밤 위험하면 편의점으로 들어가라’란 말이 있을 정도죠. 할인 행사도 많이 해서 물건도 싸게 팔아요.(웃음) 어느덧 서민의 사랑방이 된 편의점은 따뜻한 얘기가 생길 수밖에 없는 훌륭한 배경입니다.”
1편과 2편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그의 표현처럼 “빌런(악당)”이 없다. 그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걸까.
“이 소설에도 빌런이 존재합니다. 다만 사람이 아닐 뿐이죠. 등장인물들이 처한 현실이 빌런입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그렇고요.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등산가들의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해보세요. 거기서 빌런은 험준한 산 자체이지 않을까요?”
“10년 넘게 ‘연봉 1000만 원’ 생계형 작가로 살았어요. 망원동 브라더스 이후 비로소 제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됐네요. 다음 작품이 소설일지 시나리오일지 모르겠지만 목표는 언제나 같아요. 찌르는 이야기, 날이 선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보통사람의 삶을 파고드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