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분 격화]집권 100일도 안돼, 與 최악 내분 이준석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 尹-윤핵관 작심 비판 대통령실 공식반응 자제 속 친윤계 “몰상식한 헛소리” 李 “끝까지 싸울 것” 강경대응 예고… 갈등 계속될 듯
李, 기자회견중 눈물 흘리기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회견 도중 대선 당시 호남 지역 유세 등을 언급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들이 두려워하는 방향으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윤석열 정부가 출범 100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의 내홍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라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공식 반응을 자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가 이성을 잃었다”며 들끓는 분위기다.
이처럼 끝을 모르는 여권의 내부 갈등 상황 속에서 주요 일정이 포진한 이번 한 주가 윤석열 정부 첫해 국정 운영 방향을 결정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발표하고, 17일에는 윤 대통령의 취임 첫 기자회견과 이 대표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이 열린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이번 주 공식 출범한다.
이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징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62분 동안 윤 대통령과 ‘윤핵관’,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을 싸잡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을 “저에 대해서 ‘이 ××, 저 ××’ 하는 사람”이라고 한 이 대표는 “(대선 당시)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잘 팔았던 사람이 바로 저였다”라고 했다. 앞서 ’윤핵관‘을 비판하기 위해 썼던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를 걸고 뒤에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을 다시 꺼내든 것.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는 격앙된 분위기다. 이 의원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주장은 정치의 기본도 모르는 몰상식한 언행이고 헛소리”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통화에서 “이 대표의 발언을 들어 보니 이성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공개적인 맞대응을 자제했다. 갈등 확산을 피하겠다는 의도지만, 이 대표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만날 이유도 없고 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양측이 다시는 손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며 “문제는 이 대표가 탈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 이 갈등 국면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李, 징계뒤 첫 회견… 62분 작심 발언
李, 尹겨냥 “저에 대해 이×× 저××”… “양머리 흔들며 개고기 팔아” 발언도
권성동 등 윤핵관에 험지 출마 요구… 친윤 “李, 사악한 정치 지도자” 격앙
대통령실은 고심속 공식대응 자제… 李, 인터뷰-출간 등 후속공세 예고
“저에 대해 ‘이 ×× 저 ××’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려….”(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이 대표는) 사악한 정치 지도자.”(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향한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여권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 “개고기” 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 가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은 물론 대통령실,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여권 내에서는 “망언”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다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집권 100일도 안 된 시점에서 20%대로 추락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해 겉으로는 애써 무시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탈당에 선을 긋고 ‘반윤(反尹) 여론전’에 나서는 이 대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고 있다.
○ 李, 尹-윤핵관-대통령실-당 겨냥 난사
지난달 당원권 6개월 정지 이후 지방 행보를 이어갔던 이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에서 62분 동안 작심한 듯 여권 전체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그들(‘윤핵관’)이 저를 ‘그 ××’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면서도 선거 승리를 위해 참을 인(忍)자를 새기며 뛰었다”면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다는 자괴감에 몇 번을 연을 끊고 싶었다”고 했다. 겉과 속이 다른 이들을 칭하는 사자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인용해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성토한 것. 또 이 대표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철규 장제원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경상도나 강원도, (서울) 강남 3구 등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에 출마하는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 때문에 딱히 더 얻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특히 그는 ‘윤핵관’들을 향해 “선거가 임박할수록 희생양의 범주를 넓혀 어쩌면 떠받들었던 사람까지 희생양으로 삼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희생양에 대통령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머릿속에 삼성가노(三姓家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만 했다. ‘성 셋 가진 종놈’이란 뜻의 삼성가노는 이 대표가 2017년 대선 당시 반기문 유승민 홍준표 후보를 지원했다면서 장 의원을 비판하며 쓴 표현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훗날 ‘윤핵관’들이 필요에 따라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비상 상황’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의결한 것을 두고 군부 독재 시절 계엄령에 빗댄 이 대표는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 버려야 한다”고 했다.
○ ‘당내 투쟁’ 선언한 李 놓고 여권 고심
이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이 의원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며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 진영은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내면 오히려 대립만 더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맞대응할 경우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만 키워 준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다만 “이 대표가 이성을 잃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여권은 이 대표 문제 해결에 고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물론 주호영 비대위원장도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 대표는 “여론조사를 보면 (자신과 가까운) 유승민 전 의원도 상당한 지지를 확보하는 것 같고, 저에 대한 기대를 가진 당원과 국민이 많다”며 “‘윤핵관’은 (지지율을) 합쳐도 채 10%도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독자 여론전으로 세력을 규합해 올해 치러질 차기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내세우는 카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