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침수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2.8.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로 반지하 주민들이 참변을 당한 가운데 서울시가 어제 반지하 주택 20만 가구를 신축 공공임대로 옮기는 대책을 내놓았다. 향후 20년 동안 재건축이 도래하는 노후 임대 11만8000채에 높은 용적률을 적용해 23만 채 이상을 새로 짓고 이를 이주 용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10일 서울시가 기존의 반지하를 순차적으로 없애는 일몰제를 발표한 뒤 5일 만에 다시 나온 것이다.
일주일도 안 돼 두 번에 걸쳐 나온 반지하 대책은 안전에 문제가 드러난 열악한 거주공간을 빨리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술적으로 180∼190%인 공공임대 용적률을 300%대 후반으로 높이면 신축 주택 수가 늘긴 한다. 하지만 예산과 교통 인프라, 개별 가구의 이사와 신축단지 입주 간 시차 문제까지 검토한 대책인지 의문이다. 이미 2020년부터 정부가 각종 지원으로 반지하 이주를 유도했지만 2년간 1136채만 옮겼다. 반지하라도 한번 정착한 사람을 대규모로 이동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수해 현장에서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공직자들의 행태를 보면 이들이 과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8일 폭우로 서울 동작구의 반지하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숨진 희생자의 유족은 구청장으로부터 “하루 7만 원씩 줄 테니 모텔을 잡든 하라”는 말을 들었다. 같은 반지하 주민 희생사건이라도 대통령이 방문한 지역에서만 유독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