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 Bloomberg 갈무리) 2022.05.17 /뉴스1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테라 사태’의 원인이 된 대규모 매도 공격이 내부자 소행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테라사태의 원인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같은 결론을 내놨던 국내 블록체인 보안기업의 보고서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신경 못 쓰는 틈 타 공격”…권도형이 ‘내부자 소행’ 추측한 배경
지난 5월 7일 탈중앙화거래소(DEX) 커브파이낸스에서는 UST를 매도하는 대규모 거래가 이어졌다. 8500만달러 규모 거래부터 시작해 1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거래가 네 번에 걸쳐 이어졌고, 그 때문에 UST 가격이 1달러 미만으로 하락하는 ‘디페깅’이 발생했다.
UST의 가격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UST 가격 유지에 쓰이던 ‘자매 코인’ 루나(LUNA)까지 99% 이상 대폭락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UST 매도 공격이 ‘테라 사태’의 원인이 된 셈이다.
권 CEO는 그를 포함한 테라폼랩스 직원들이 일정 상 UST 디페깅에 신경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누군가 대규모 매도 공격을 감행했을 것으로 봤다. 이런 일정을 아는 사람은 내부자밖에 없기에 내부자 소행일 것이란 게 권 CEO의 주장이다.
◇웁살라, 이미 6월에 보고서 발표…“테라 공격은 내부자 소행”
웁살라시큐리티와 국내 매체 코인데스크코리아가 합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7일 감행된 매도 공격은 테라폼랩스 소유 지갑의 소행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 지갑이 테라폼랩스가 관리하는 ‘지갑 A(편의상 붙인 이름)’라고 밝혔다. 지갑 A가 공격을 일으킬 수 있도록 지갑A에 UST 자금을 넣어준 건 ‘지갑 A(T)’였다.
웁살라시큐리티와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갑 A(T)’의 거래내역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지갑 A(T)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로 꾸준히 UST를 보내는 거래를 해온 것을 발견했다. 거래소에 UST를 보낼 땐 거래소가 사용자에 부여한 일종의 아이디가 있는데, 테라에서는 이를 ‘메모’라고 한다.
지갑 A(T)는 ‘104721486’이라는 메모를 썼고, 이 메모를 쓰는 다른 지갑으로는 테라폼랩스가 공식적으로 밝혔던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의 지갑과 ‘테라 2.0’의 검증인 루나클래식다오(LUNC)의 지갑이 있었다.
이후 루나클래식다오가 해당 지갑은 루나클래식다오 측 지갑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보고서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한 차례 논란이 있었다. 당초 루나클래식다오 지갑이라고 표기됐던 지갑 주소도 암호화폐 거래소 오케이엑스의 핫월렛(온라인 상태의 지갑)이라는 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보고서의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고 당시 웁살라시큐리티는 강조했다. 연관성이 있는 지갑들이 동일 패턴을 보이고, 테라폼랩스로 이어진다는 게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며 이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권 CEO도 보고서의 내용과 같은 추측을 재차 언급했다. 권 CEO는 “대규모 공격이 테라폼랩스의 일정에 맞춰 짜인 듯이 진행됐다”며 “단순히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