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 화이자에서 개발한 먹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성분 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를 복용하고 코로나19에서 회복하고도 다시 코로나19가 재발(리바운드)하는 사례가 계속 보고되면서 팍스로비드 복용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해외에서 제기됐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최근 팍스로비드 복용 후 ‘드물지만’ 코로나19가 재발하는 상태를 초래하고 있다며 일부 전문가들이 팍스로비드 처방 기간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팍스로비드는 경증 또는 중등증 증세가 나타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한다. 1회분(코스)은 5일 동안 하루 2회씩, 총 10회 복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복제 과정에서 사용하는 프로테아제라는 효소를 억제해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복제되는 것을 막아 감염자들이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방지한다.
◇팍스로비드 복용 후 바이든·파우치도 재발…임상시험서 1~2% 재발 보고
하지만 치료 후 2~8일만에 다시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이미 수개월 전부터 보고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코로나19 핵심 당국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치료 후 재발을 겪었다.
지난 2021년 화이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던 임상시험 보고서에 따르면 팍스로비드 처방 환자 약 1~2%에서 이 같은 재발 현상이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실제 환자들이 팍스로비드 복용 후 재발하는 정확한 원인이나 빈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팍스로비드 치료 3~5일 늘리면 재발위험 10배↓
호 교수에 따르면 팍스로비드 처방을 3~5일 더 연장하면 재발 위험을 10배 줄일 수 있다. 팍스로비드는 몸속에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복제할 수 없는 ‘중간단계’에 머물게 하는데 이 상태에서 거의 하루가 걸리는 코로나19 반감기(19~22시간)를 고려하면 전체 바이러스가 몸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설명이다.
마크 시엔더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 겸 메사추세츠종합병원 역학 교수는 “항생제가 작용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정해진 기간이 끝나기 전에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면 박테리아가 충분히 제거되기 전에 감염이 재발할 수 있다”며 “치료하면 바이러스 수준이 떨어지지만 완전히 박멸하지 않으면 다시 감염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美 정부도 화이자와 논의…부작용 우려 의견도 있어
미국 정부도 화이자와 팍스로비드 복용기간 연장에 대해 논의 중이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5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화이자가 이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늘리는 과정을 시험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화이자 또한 팍스로비드 복용 후 코로나19 증상이 재발한 환자는 더 많은 팍스로비드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FDA는 지난 5월 “팍스로비드 복용 후 음성 판정을 받았던 코로나19 환자 중 1~2% 범위에서 다시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바이러스양이 증가했다. 현재로서는 이것이 약물 치료와 관련이 있는지 불명확하다”며 “기존 긴급사용승인(EUA) 내용을 변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