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모든 세포(적혈구 제외)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ATP(Adenosine Tri-Phosphate, 생명체를 움직이는 에너지)를 만드는 세포의 ‘생명줄’이자 ‘발전소’다. 미토콘드리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나아가 그 세포가 있는 조직이 이상을 일으킨다. 이 이상이 사람에게 발병을 일으킨다.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의 축적이 사람에게 치매와 같은 질병들을 일으킨다. 즉, 미토콘드리아와 우리의 건강한 삶, 생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 몸 속 세포의 생명줄이자 발전소 미토콘드리아. 그렇다면,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하면 질병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일정 부분은 사실이라고 한다. 국내외의 다양한 연구 결과,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활성하면 일부 질병의 치료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질병 가운데에는 인류에게 가장 큰 해를 입히는 ‘치매’도 포함된다.
알트메디칼 유은희 대표. 출처 = IT동아
이 점을 알아낸 제약 전문가와 기초 의학자, 약물 합성 전문가와 동물 전문가가 모여 우리나라 최초 바이오 클러스터 홍릉강소연구특구에 연구소 기업을 세웠다. 미토콘드리아 활성화 기술로 치료제를 만들어 인류가 치매를 정복할 날을 하루라도 빨리 오게 하려고 노력하는 스타트업 ‘알트메디칼’이다.
알트메디칼이 특허를 출원한 기술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이다.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제거를 통한 미토콘드리아 활성화 기술과 생체 미토콘드리아의 활성 분석 기술이다. 이 가운데 첫 번째 기술이 신개념 치매 치료제의 연구 개발에 쓰인다.
알트메디칼 창업자들. 출처 = 알트메디칼
앞서 많은 연구자들이 미토콘드리아가 질병 발병에 관여하는 사실을 논문으로 증명했다. 단, 미토콘드리아를 치료하는 물질이 없어 그 이상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알트메디칼이 가진 미토콘드리아 활성화 기술의 가능성은 아주 방대하다. 사람의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모든 곳에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하는 기술은 각종 질병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까닭이다.
지금까지 나온 치매 약품은 대부분 치료제가 아니라, 증상을 완화하거나 늦추는 약품이었다. 이미 파괴된 뇌의 신경 세포를 복구하지 못한다. 그래서 치매 때문에 나빠진 인지 기능을 더 좋게 만들지 못했고, 그나마도 초기 치매에만 적용 가능했다. 일부 약품은 크고 작은 부작용도 낳았다.
최근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치매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치매환자의 뇌조직과 치매 동물 모델에서 다양한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의 특징들이 발견된다.
알트메디칼의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의 치료 기능 설명도. 출처 = 알트메디칼
이에 따라,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들을 제거하는 것이 새로운 치매치료전략으로 제시되었으며, 실제 실험적으로 치매치료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발표되고 있다.
알트메디칼은 이 결과와 자체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신개념 치매 치료제를 연구 개발 중이다. 기능 이상을 보이는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고 활발한 미토콘드리아로 다시 태어나도록 유도, 신경 세포와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조직 전체의 기능 회복을 촉진하는 원리다.
치매를 앓는 생쥐에게 미토콘드리아 활성화 약품을 4주 투여한 결과,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해마 조직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정상 생쥐 수준으로 회복됐다. 인지 기능 자체도 약 80%나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알트메디칼은 미토콘드리아 활성화 기술로 만든 치료제가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등 치매, 미토콘드리아 유전병인 멜라스(Melas) 증후군, 말초신경병증에 유효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에 따라 적용 가능한 질병의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알트메디칼의 미토콘드리아 활성화 약물을 투여받은 파킨슨병 마우스모델이 운동기능을 회복한 모습. 출처 = 알트메디칼
그동안 치매 치료제 개발 연구가 많이 진행됐으나, 대부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조건부 승인된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억제 신약의 효용성도 논란이 일었다. 유은희 대표는 알트메디칼이 보유한 미토콘드리아 활성화 기술이 기존 연구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포 자체의 재생과 활성화를 유도하는 새로운 방식의 치매 치료제라고 강조한다.
알트메디칼이 가진 또 하나의 기술, 생체 미토콘드리아 활성 분석 기술은 약물의 효과 확인 및 재현성 평가를 위한 중요한 기술로 주목 받는다. 신약 후보 물질을 투여했을 때 미토콘드리아가 얼마나 활성화되는지를 정량 수치로 파악해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토대로 신약 후보 물질을 검증해야 동물 실험의 효과와 약효를 올바로 확인할 수 있다.
알트메디칼의 생체 미토콘드리아 활성 분석 기술 설명도. 출처 = 알트메디칼
이들 기술을 개발한 알트메디칼을 홍릉강소연구특구가 주목했다. 알트메디칼에게 의약품 연구와 개발, 생산과 인허가 등록까지 신약 개발과 생산의 모든 주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 운영과 투자금 유치, 회계 관리와 인재 채용 등 스타트업 운영에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고 초기 설정도 도왔다.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의 모임 H클럽으로의 네트워킹도 마련했다. 유은희 대표도 여기에 화답해 자신의 장기인 의약품 인허가 자문 활동을 H클럽에서 펼친다.
알트메디칼의 새로운 미토콘드리아 활성화 기술 기반 신규 치료 후보 물질은 전임상의 바로 전 단계인 세포 독성 검사 단계에 이르렀다. 2022년 내 약리약동 검사를 끝내고 GLP기관과 비임상시험계약을 마칠 예정이다. 그러면 2023년 비임상 독성 검사로 순조롭게 이어진다.
알트메디칼은 대학교 기술을 바탕으로 한 홍릉강소연구특구의 연구소 기업이다. 출처 = IT동아
알트메디칼은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TIPS 과제를 통해 비임상 실험을 준비 중이다. 2022년 말까지 신약 개발을 위한 각종 실험과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필요한 후속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대학병원 관계자들이 알트메디칼의 기술에 주목하고 있으며, VC 투자가 진행된 후에는 비임상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알트메디칼은 1차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비임상 실험, 임상 시험을 하면서 기술의 부분 라이선스 아웃을 시도해 임상 자금을 확보한다. 이어 미토콘드리아 활성화 기술을 파킨슨병, 멜라스 증후군 등 난치병에 대해 적응증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치매 치료제 개발 일정을 소개하는 유은희 대표. 출처 = IT동아
글 /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