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 사는 현우(가명·12)는 부모가 이혼한 다음 5년째 친할머니 A 씨(77)와 둘이 살고 있다. 최근 사춘기가 찾아온 현우는 최근 할머니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때가 많아졌고, A 씨는 손자와 자주 갈등을 겪게 됐다.
둘의 관계는 올 2월부터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파견한 ‘양육플래너’와 상담을 하면서 조금씩 개선됐다. 산하가정위탁지원센터의 신청으로 가정을 방문한 양육플래너는 A 씨에게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대화법 등을 하나씩 알려줬다. 현우는 “시험 날 할머니가 ‘현우 파이팅’이라며 격려해줘서 놀랐다. 할머니가 말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내년부터 ‘조손·친인척 위탁가정 집중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친부모 대신 아동을 위탁 양육하는 조부모와 친인척에게 양육 방식 등을 교육하는 사업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20년부터 일부 지역의 위탁가정 500여 곳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벌여 왔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총장은 “혈연관계 위탁가정은 재정 문제 뿐 아니라 세대 차이 등 복합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며 “(지원 사업이) 위탁가정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