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연구진 ‘실물옵션’ 방법론 현재 가치로 환산된 이익-비용 외 기회비용 감안 소비-투자 등 결정 “실물옵션 고려해야 큰 손실 막아”
사업가들은 연구개발 투자, 신시장 개척, 인수합병 등 굵직굵직한 금융 의사결정을 내릴 때 주로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를 고려한다. 즉, 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이익과 비용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뒤 이익의 현재가치가 비용의 현재가치보다 클 때 사업에 뛰어든다. 하지만 이 방법이 가지는 치명적인 약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을 고려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순현재가치만 보고 사업에 착수했다가 예상치 못한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고 기회비용까지 소비, 투자 등 중요한 금융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한 연구가 나왔다.
미국 보스턴대와 중국 홍콩과기대, 미국 컬럼비아대 공동 연구진은 ‘실물 옵션(Real Option)’이란 개념을 활용해 기회비용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융 의사결정 방법론을 제시했다. 실물 옵션은 ‘옵션’이라는 금융 상품으로부터 파생된 개념이다. 여기서 옵션은 금융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기초 자산으로 해 만들어진다. 대표적으로는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콜옵션과 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풋옵션 등이 있다. 그런데 실물 옵션은 금융 상품 거래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채택할지 말지에 대한 기회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실물 옵션을 반영한 방법론은 금융에서의 옵션처럼 주어진 기회를 언제 최적으로 행사할지를 두고 가치 평가를 수행한다. 가령 65세라는 정년 이전에 은퇴할 기회, 신사업에 투자할 기회, 현재 사업을 종료하거나 더 크게 확장할 기회 등 선택과 관련된 다양한 의사결정에 가치를 부여한다. 만약에 사업의 순현재가치만을 고려한다면 은퇴는 65세 정년이 될 때까지 무조건 기다렸다가 하는 게 최고의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실물 옵션을 고려한다면 건강, 노후 계획 등 정년까지 버텼을 때 놓치게 될 삶의 가치가 더 클 수 있기에 누군가에게는 조기 은퇴가 최고의 선택일 수 있다.
박세영 노팅엄대 경영대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