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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모나리자, 아이팟 듣는 ‘신윤복의 미인’을 보셨나요

입력 | 2022-08-17 03:00:00

변종곤 개인전 ‘미지의 세계로 접속’
내달 6일까지 ‘오브제 아트’ 선보여
실생활 물건 활용, 위트-메시지 담아
“이질적인 것의 만남서 창조 이뤄져”



변종곤 작가(뒤)와 그의 신작 ‘Covid-19’(2022·앞). 작가는 마스크 쓴 모나리자 이미지 옆 빈 공간에 숫자 ‘6463860’를 적어놓았는데, 이는 작업이 마무리된 올해 7월 6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망한 전 세계 사람들의 숫자다. 갤러리박영 제공


16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회화 가운데 하나. 특히 알 듯 말 듯한 미소는 대표적인 감상 포인트다. 그런데 그가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다면? 팬데믹 시대를 바라보는 모나리자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국내 ‘오브제 아트’의 대표 주자인 화가 변종곤 씨(74)는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강남구 리아 프라이빗 뷰잉룸에서 열리는 개인전 ‘미지의 세계로 접속’을 통해 위트 넘치면서도 사회적 메시지가 가득한 작품 26점을 선보이고 있다. 오브제 아트는 실생활에서 쓰는 물건을 활용하는 장르로, 1960년대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각광받았다. 소변기로 유명한 마르셀 뒤샹(1887∼1968)의 ‘샘’이 대표작.

변 작가의 작품은 직관적이면서도 묘한 아이러니가 담겼다. 모나리자에게 마스크를 씌운 ‘Covid-19’(2022년)가 그렇다. 작품 의도가 뻔한 듯하면서도 자꾸만 다시 쳐다보게 만든다. 2008년작 ‘Ipod-2’ 역시 제목만 봐도 뭔지 알 거 같다. 실제 와인 병 위에 입혀진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속 미인은 이어폰으로 아이팟의 음악을 듣고 있다. 작가는 이 묘한 부조리를 “이질적인 것의 만남과 충돌에서 창조가 이뤄진다”라고 밝혔다.

1978년 동아미술제에서 대상을 받은 변 작가는 촉망받는 화가였지만 군사독재 시절 억압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1981년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그는 40여 년 동안 오브제 아트에 천착했다. 이는 그가 어릴 적 겪은 가난 때문이었다고 한다. 전시 관계자는 “물감 사는 것도 부담이 됐던 예술가는 거리에 버려진 물건에 눈이 갔고, 내팽개쳐진 물건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도 돋보기와 시계, 열쇠고리 등 친숙한 물건을 이용한 것이 많다. 너무 익숙해 자칫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소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마주하게 돼 신선하다. 전시는 갤러리박영과 이탈리아가구브랜드 리아가 마련했다. 무료.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