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유출된 오디오 녹음 파일에서 영국 노동자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의 노동자들은 아직도 이른바 ‘영국병(영국의 과도한 사회복지와 노조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한 만성적인 임금 상승, 생산성 저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2019년 트러스 장관이 재무장관이던 시절 2분가량의 녹음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해당 녹음파일에서 트러스 장관은 “영국인들은 기술과 응용력이 부족하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영국의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에는 노동자들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트러스 장관이 노동자에 대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2년 공동 저술한 ‘브리타니아 언체인드(Britannia Unchained)’에서도 ‘우리는 가장 낮은 시간 일하고 일찍 퇴근하며 생산성이 낮다. 인도 어린이들은 의사나 사업가가 되기를 열망하는 반면 영국인들은 축구와 팝 음악에 더 관심이 있다’고 적어 논란이 일었다.
이에 트러스 장관은 자신은 해당 구절이 포함된 챕터를 작성하지 않았고, 공동저자인 도미닉 랍이 저술했다고 비난의 화살을 그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그는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을 지지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랍은 “공동저자로서 함께 책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해놓고 왜 이제 와서 발뺌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번에 유출된 녹음파일은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의 후계자를 자처하고 나선 트러스 장관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급등)을 노조 탓으로 몰아붙였던 대처 총리는 1984년 파업 탄광노조원 9500여 명을 구속 또는 연행했다. 이러한 대처 총리의 대응은 영국병을 고쳤다는 평도 받지만, 영국 노조조직률을 반토막 나게 했다는 비판도 피하지 못했다.
한편 트러스 장관은 지난 13일 영국 오피니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서 61%의 지지율을 보이며 수낵 전 장관을 제쳤다. 트러스 장관이 차기 총리에 오를 경우 그는 마거릿 대처(1979~1990)와 테리사 메이(2016~2019)에 이어 역대 3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