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의료보장 확대·부자 증세 등을 골자로 한 지출안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최종 서명했다. 41년래 최고치에 달한 물가를 다잡고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이번 법안에 포함된 전기차 보조금 지급 관련 조항이 우리나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법안 서명을 마치고 해당 법안이 수백만명 미국인의 의료비를 줄이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 될 역사적 입법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IRA법은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더 나은 재건법’(BBB) 법안을 일부 축소한 것으로 민주당이 오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하원 중 최소 한 곳에서 승리를 목표로 내놓은 지출안이다. 핵심은 향후 10년간 대기업 법인세 인상 등 ‘부자증세’로 재원을 마련해 에너지 대변화, 처방약 인하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연간 수익 10억달러가 넘는 대기업에 최소 15% 법인세 부과, 주식 환매에 대한 1% 소비세 부과, 고소득 가구 대상 미 국세청 집행 강화 등 부자증세를 통해 7400억달러(약 961조원) 재원을 확보한다. 이어 기후변화 대응에 3693억달러, 처방약 인하를 위한 전국민건강보험 640억달러 등 4300억달러(약 564조억원)를 지출한다.
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미국 정부는 북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하거나 북미에서 조립이 완료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지급한다.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를 쓴 전기차는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배터리의 주원료가 되는 광물의 40%가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에서 생산돼야 한다.
이에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과 완성차 산업은 희비가 엇갈렸다.
그러나 완성차업체인 현대차의 경우 수혜 대상에서 일단은 제외된다. 현재 전기차 모델의 전량을 우리나라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부터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전기차 모델인 제네시스 GV70을 생산할 예정이지만, 배터리 원자재 수급처에 따라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조지아주에 따로 전기차 공장도 건립할 계획이지만 2025년에야 완공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아이오닉6와 EV9 등 신규 모델을 통해 미국 자동차 시장을 선도한다는 현대차의 계획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백악관은 해당 법안이 물가 상승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해당 법안에 대해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3일 “미국 기업의 억만장자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고 세법이 조금 더 공정해지도록 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적자가 줄어들어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싸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