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제주에서 변호사가 피살된 사건인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에 대한 50대 피고인이 원심(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제주 최장기 미제사건이 23년 만에 해결됐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17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당시 공범 B씨는 살상력이 높은 흉기를 제작했고, 이를 범행에 사용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고인은 지시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지시, 범행 결과 등 실행의 행위를 인정해 살인 혐의에 대한 공동공모정범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상해의 목적으로 B씨와 범행을 공모했어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칼이 범행 수단으로 사용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범행을 지시한 점, 이에 따라 살인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점 등을 토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1999년 8~9월 성명 불상자의 지시를 받고 같은해 11월5일 오전 3시15분에서 6시20분 사이 제주시 북초등학교 인근 거리에서 B씨와 함께 이승용(당시 44세) 변호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올해 2월17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당시 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를 받았다. 다만 방송 취재진을 협박한 혐의로 징역 1년6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받는 살인 혐의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법률적인 판단이 무죄라는 의미”라며 “더는 말하지 않겠다”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검찰은 1심 선고 직후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A씨는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A씨의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당시 이 변호사 시신 부검의 등 수사 관계자 등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경찰은 방송을 토대로 A씨를 이 변호사 살인사건에 대한 유력 피의자로 특정했다. 당시 제보자로 출연한 A씨가 범행에 쓰인 도구를 상세히 설명했고, 현장에 없으면 모르는 내밀한 부분까지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지방검찰청도 A씨에 대한 전담 수사반을 편성하는 등 22년 전 살인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에 힘을 실었다.
A씨는 경찰 및 검찰 조사부터 1심 공판 과정까지 수차례 자신의 진술을 번복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씨 측은 법정에서 “A씨는 리플리 증후군(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증상)이다. 방송에서 한 말은 모두 정신병력에 의해 부풀려서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는 공판 막바지에 들어서자 “이 변호사 살인에 대한 내용은 사건 발생 10년 후 B씨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제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