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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시술로 26년간 키운 아들…아빠와 유전자 불일치”

입력 | 2022-08-17 11:26:00

A 씨가 시험관 시술을 집도한 담당 교수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 (A 씨 제공) 뉴스1


26년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얻은 아들의 유전자가 아버지와 일치하지 않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난임으로 고생하던 중 1996년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들을 얻은 A 씨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연을 전했다.

A 씨는 아들의 혈액형을 확인하고 처음 의아함을 느꼈다. 아들이 다섯 살쯤 되던 무렵, 간염 항체 주사를 접종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을 당시 아들의 혈액형이 A형으로 나왔다. 하지만 A 씨 부부의 혈액형은 모두 B형이라 혈액형 조합상 A형 자녀가 나올 수 없었다.

당시 부부는 시험관 시술을 담당했던 교수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교수는 “시험관 아기한테는 돌연변이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해외사례를 들며 “걱정할 것 없다”고 부부를 안심시켰다. A 씨는 해당 교수가 직접 시험관 시술을 진행했고, 평소에도 자세한 설명을 해줬기에 교수의 말에서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아들이 성인이 되자, 부부는 아들에게 부모와 혈액형이 다른 이유를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부부는 담당 교수에게 “아이에게 돌연변이 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면서 혈액형이 바뀌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설명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교수는 몇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고 병원 측에서도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부부는 확실히 이상함을 감지했고 결국 지난 7월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총 세 번의 검사에서 모두 엄마와의 유전자만 일치하고 아빠와의 유전자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정받았다.

A 씨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분(유전자 검사관)한테 이거 돌연변이라는데 이런 사례를 보신 적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더라”며 “그냥 주저앉아 있었다. 아무 생각도 못 했고 머리가 하얘지더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A 씨는 “변호사를 통해 알아보니 싱가포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 해외에서는 병원 실수로 이런 사례(난자나 정자가 뒤바뀌는 사례)가 많다고 들었다”며 “실수가 아니고선 이런 사례가 있는 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은 A 씨 부부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교수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병원 측도 교수가 정년퇴직했다면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아들은 모르고 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제가 마음을 좀 추스르고 설명해야 할 거 같아서 아직 말을 못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진실만 알고 싶었는데 병원에서도 그렇고 의사도 그렇고, 저는 피해를 보고 있는데 가해한 사람은 없다 보니 법적 대응도 준비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