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2021.8.17/뉴스1
17일 오전 8시50분쯤 서울 강남의 한 선별진료소. 진료대기 세 번째 줄에 있던 30대 추정 남성이 갑자기 쪼그려 앉더니 연신 기침을 했다. 2분가량 주저앉아 있던 남성에게 보건소 직원이 다가가 주변 의자에 앉혔다. ‘119’라고 적힌 출동복을 입은 구급대원이 과호흡 증세를 보이는 남성을 응급 처치했다.
방호복을 입은 선별진료소 의료진은 “남성의 증상을 보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일 가능성이 크다”며 “일단 남성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자 18만명…126일만에 ‘최다’
오전 9시 진료소 문이 열리자 시민들은 대기공간인 막사 안으로 일제히 들어갔다. 선별진료소 혼잡도를 표시하는 ‘스마트서울앱’상 이 진료소는 ‘접수마감’이라고 떴다. 서울시에 따르면 연휴가 끝난 16일 기준, 서울에서 코로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인원은 3만1960명으로 연휴 직전 날인 12일(1만9483명)보다 약 6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정모씨(44)는 “증상이 없지만 아내가 확진 돼 이곳을 찾았다”며 “휴가기간이 껴서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는 것 같은데 예전과 달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아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보건소 의료진 탁모씨(30)는 “(선별진료소 시작 후 23분 동안) 방문 인원은 150명가량 된다”며 “연휴기간 감염인원까지 반영되면 앞으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시간 송파구 선별진료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진료 시작 5분 전인 오전 8시55분에 이미 16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70대로 보이는 남성이 전자문진표 작성과정에서 연이어 실수를 하자 의료진은 지친 목소리로 “그게 아니라고요”라고 말했다.
송파 진료소에서 만난 이모군(15)은 “이미 확진된 적 있는데 증상 또 나타났다”며 “증상 때문에 집에서 쉬어야 하지만 곧 시험이라 걱정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오전 9시20께 송파구 선별진료소에는 25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안내요원이 방호복 소매를 잡아당기며 땀을 식혔고 대기자들이 앉았던 의자마다 소독 스프레이를 뿌렸다. 의료진 최모씨는 “(연휴가 끝나고 첫날인 어제) 1300명이 방문했는데 지난주 평균보다 10% 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확진자가 폭증했던) 2~3월 수준으로 감염세가 커질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얼굴을 흐렸다.
◇방역당국, 이달 중 확진자 20만명 안팎 예상
방역당국은 하루 확진자는 8월 중 20만명 안팎, 위중증환자는 9월 초 최대 800~900명, 하루 사망자는 최대 100~140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름휴가 시즌이 마무리 단계인 데다 검사자도 증가해 17~18일은 이번 코로나 재유행의 정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2총괄조정관(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신속한 병상 배정이 필요한 확진자가 주말과 휴일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오는 토요일(20일)부터 6주간 수도권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중증병상 주말 당직병원을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