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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무분별한 산지 태양광 설치 재검토돼야

입력 | 2022-08-18 03:00:00

임상준 서울대 교수


올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역에서 침수, 붕괴, 산사태 등과 같은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과 같은 인위적 개발지의 산사태 피해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태양광은 가장 대중적인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산지 태양광 설치로 인한 토사 유출과 산사태 피해도 허가 건수에 비례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까지 허가된 우리나라의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은 1만3316건이며, 허가 면적은 계룡산국립공원보다 더 넓은 6700ha이다. 2018년 한 해에만 5553건이 허가될 정도로, 전국적으로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이 무분별하게 허가됐다. 하지만 2018년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지목 변경을 제한하고 허가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한 이후에는 산지 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21년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 건수는 150건에 불과했다.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선 나무를 베어내고 지표낙엽층과 토양구조를 파괴해야 한다. 또 산지 경사를 따라 일정하게 태양광 패널이 위치하도록 산지를 인위적으로 다듬어야 한다. 이로 인해 산림의 빗물 흡수 능력이 감소해 지표면을 흐르는 강우 유출량이 많아진다. 사면경사가 굴곡 없이 일정해져 지표 흐름의 경사 길이가 길어지고 물의 흐름 속도도 빨라져 토양 침식이나 토사 유실이 증가된다. 이때 산비탈 배수로가 부적절하게 만들어지거나, 수로에 나뭇가지나 토사가 쌓이면 강우 유출수를 빠르게 처리할 수 없어 산사태와 같은 산지 재해를 일으킨다.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의 붕괴나 산사태 피해 사례는 상대적으로 시설 규모가 작고 상시 유지관리가 어려운 소규모 발전 시설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저탄소 중심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한편 산림과 같은 탄소흡수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 대안이다. 산지 태양광은 전력 생산을 위한 화석 연료 사용을 대체하는 효과는 있지만, 산림 훼손으로 탄소 흡수량을 줄이고 산사태와 같은 산지 재해를 유발하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태양광 발전량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산지 태양광 발전은 지속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2020년 6월 말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발전량(RPS) 기준으로 31.3%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기여도가 높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는 현 여건에서 산지의 인위적 개발 이용에 따른 사회·경제적 이익과 손실 비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급적이면 산사태에 취약한 산지에는 태양광 시설을 제한하고, 이미 설치된 곳에 대해서는 체계적이고 항구적인 관리를 통해 산지 재해를 예방해야 한다.





임상준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