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 Change]〈20〉뤼튼테크놀로지스 이세영 대표 글 구조 잡아주는 초거대 AI… 주제 정해지면 항목 채우도록 설계 주장→이유→사례→결론順 기술… AI가 주제 관련 참고자료도 추천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싶어”… 소상공인 돕는 ‘카피라이팅’ 출시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4기로 선정된 뤼튼테크놀로지스의 이세영 대표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R&D캠퍼스에서 활짝 웃고 있다. 그 앞에 놓인 구조물의 ‘C’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를 형상화한 것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점이 모여 선이 된다는 것을, 작은 경험들이 축적돼 삶의 방향을 이루게 된다는 것을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26)를 통해 알게 됐다. 어려서부터 ‘학술 연구’에 몰입했던 이 대표는 고교 2학년이던 2013년 설립한 교내 학술동아리를 페이스북 등을 통해 100여 개 학교가 모인 연합동아리로 키웠다. 이 동아리가 2014년 시작한 학생 소논문 발표대회가 한국청소년학술대회(KSCY)다. 이제는 13개국에서 3000여 명이 참가하는 아시아 최대 청소년 콘퍼런스다.
이 대표가 연세대 문헌정보학과에 진학해서도 계속 이어온 이 대회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될 상황에 처했다. 이 대표는 이 오프라인 대회를 온라인 글쓰기 강의로 전환했다. 그 과정에서 Z세대의 글쓰기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생님, 학부모, 심지어 학생 본인보다 학생을 더 잘 이해하는 존재가 글쓰기를 도울 수는 없을까’. 그 질문을 파고들다가 초거대 인공지능(AI)에서 답을 찾았다.
○ “초거대 AI로 교육 격차 해소하고 싶다”
이 대표는 오프라인의 한계를 온라인으로 극복했지만 이내 사람의 한계에 부닥쳤다. 이 대표 등 5명이 한 명당 학생 20팀(3∼4명으로 구성)에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피드백에 힘이 부쳤기 때문이다. 이 무렵 세상에 등장한 게 ‘GPT-3’다. 일론 머스크가 인류에 우호적인 AI를 개발하기 위해 세운 비영리연구소인 오픈AI의 초거대 AI 언어모델 제품이다. 종래의 언어처리 인공신경망보다 100배 넘게 크기를 키운 이 AI는 ‘무서울 정도로 글을 잘 쓴다’는 평을 듣는다. 초창기에 일부 기관들에만 사용이 허용되자 이 대표는 오픈AI 측에 요청했다. “GPT-3를 활용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양질의 교육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하지만 GPT-3는 영어 기반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4월 ‘뤼튼테크놀로지스’를 설립하고 네이버의 초거대 한국어 AI인 하이퍼클로바와 협업해 서비스를 개발했다. 그렇게 지난달 세상에 나와 학생들의 글쓰기 구조를 잡아주고 있는 서비스가 ‘뤼튼 트레이닝’이다.
○ “글을 잘 쓰려면 질문을 잘해야”
이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뤼튼 트레이닝’ 항목을 눌러봤다.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이라는 ‘오늘의 추천 글쓰기 주제’뿐 아니라 ‘정시 비중 확대’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고 책임’ 등이 글쓰기 주제로 예시돼 있었다. “텅 빈 종이 위에 뭘 써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 대표는 학생들이 주제를 정하고 나면 주장→이유→사례→결론의 순으로 항목을 채우도록 설계했다. AI가 추천하는 정책 자료나 신문 기사를 참고해 항목들을 채우면 어느덧 한 편의 짧은 글이 완성된다. 그는 어휘력이 떨어지는 Z세대를 위한 ‘뤼튼 트레이닝’에 이어 18일에는 소상공인 대상의 ‘뤼튼 카피라이팅’을 선보인다. 마케팅 홍보문구 등 글쓰기가 필요하지만 이를 두려워하는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것이다. “사람의 글쓰기를 돕는 서비스는 결국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들이 세상에 더 표현될 수 있도록 기술로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
#도전! K-스타트업: 국내 최대 규모 부처 합동 창업경진대회.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이 대회 최우수상을 수상. 스타트업 창업가 선배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추’.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삼성전자가 사내벤처 육성책을 2018년부터 외부로도 확대한 제도.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올해 4기로 선정돼 1억 원의 사업지원금, 1년간 사무실 무료 임대와 삼시세끼 무료 식사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