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2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을 기타 공공기관으로 바꿔 자율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도 사회적 가치 비중을 줄이고 재무성과 비중을 확대한다.
기획재정부는18일 최상대 2차관 주재로 열린 10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새 정부의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제정 이후 15년 동안 유지된 공기업·준정부기관 지정기준이 정원 50명에서 300명으로 상향된다. 정원에 맞춰 수입액은 30억→200억원, 자산은 10억→30억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된다.
내년 1월 개편안이 시행되면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수는 130개에서 88개로 42개(잠정)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42개 기관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유형이 변경된다.
기타 공공기관으로 변경될 경우 경영관리 주체가 기재부에서 주무부처로 변경되며, 기재부 경영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영평가도 주무부처에서 주관한다.
임원 임명절차도 공운법에 따른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의무, 공운위 의결 의무가 사라지며, 개별법과 정관에 따라 임원을 임명하게 된다.
재무관리 측면에서도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예타), 출자·출연 사전 협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 차관은 기타 공공기관 관련해 “기재부가 직접 관리·감독하고 평가하는 것에 비해서는 부처와 기관의 자율성이 확대된다”고 부연했다.
◆공공기관 예타 기준 금액 1000억→2000억으로 상향
공공기관의 예타 대상 기준금액도 현행 총사업비 1000억원, 기관·정부부담액 500억원에서 총사업비 2000억원, 기관·정부부담액 1000억원으로 2배 상향한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예타 대상사업 수의 증가(2017년 28개→2021년 40개)로 조사 부담이 커진 만큼, 이번 개정으로 큰 규모의 사업을 선택·집중 조사해 조사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예타제도의 경우, 공공성 항목을 통폐합해 비중(현행 35%)을 줄이고 대신 수익성(현행 65%) 평가 비중을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의 이같은 예타 기준 상향과 수익성 위주 평가가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신규 투자사업 추진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기관 내부 타당성 검증절차 이행·검증 결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해 보완한다는 복안이다.
출자·출연 사전협의의 경우, 현재 개별사업 건별 사전협의를 반기별 일괄 계획협의로 대체하고 반기별 계획 대비 이행실적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다만 계획변경 또는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시급한 출자·출연 수요기 발생하면 개별사업에 대한 수시협의를 허용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출자·출연 계획과 기관의 재무 건전성 간 연계성이 강화돼 무분별한 출자회사 증가를 방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규정을 조만간 신설할 예정이다.
◆경평평가 사회적 가치 25→15점, 재무성과 10→20점 수정
올해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 지표도 개편해 ‘사회적 가치’ 지표를 25점에서 15점으로 축소한다.
기재부는 비정규직·간접고용의 정규직 전환 실적 등 정책목표가 90% 이상 달성되거나 변별력이 없는 지표에 대한 축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노동·자본생산성, 재무성과 지표 등의 비중을 10점에서 20점으로 확대하고,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도 재무성과 평가를 실시한다.
아울러 보수 및 복리후생관리(현행 8.5점), 조직·인사관리(현행 2점) 등의 지표 비중을 확대해 경영효율성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기재부가 하달한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관이 작성한 기관별 혁신계획을 점검해 평가에 반영해 5점의 가점을 부여할 계획이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지정기준(50→300명) 변경에 따라 소규모기관은 경영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주무부처에서 평가할 경우 산하 기관에 대한 평가가 관대해질 수 있고, 특정 등급에만 평가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무부처에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편람’의 주요 내용을 준용해 평가하도록 하고, 결과는 기재부에 통보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표체계 개편안은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추진되며, 다음 달 수정 발표할 2022년도 평가편람과 연말 확정될 2023년도 평가편람에 단계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최 차관은 “사회적 가치 비중을 줄이고 재무성과 비중을 올린다고 해서 사회적 가치 비중이 새 정부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 부분도 있다”며 “이제는 일반 국민들도 공공기관의 효율성·재무성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졌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 비중을 줄이고 재무성과 비중을 올린 것”이라고 했다.
◆공공보건의료 긴급상황 시 인력 ‘선 증원, 후 승인’ 탄력 적용
예기치 못한 감염병 대응 등을 고려해 공공보건의료기관(18개)에 대해 사전협의 절차 없이 정원의 일정 범위 내에서 먼저 증원하고 나중에 승인을 허용 받는 방안이 추진된다.
코로나19 외에도 감염병 대응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근무, 파견수당 등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총인건비의 예외를 인정한다.
연구개발목적기관(75개)의 경우, 교수·박사급 인력 채용 시 심사자료 수집범위를 주무부처에 위임해 구체화를 하되 외부 심사위원 비중 축소 등 절차는 간소화하기로 했다.
해외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주거지원 제도를 예산범위 내에서 주거지원 외에도 별도의 지원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또 국민생활과 직접 관련성이 낮은 연구기관에 대해 고객만족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주무부처가 조사 중인 58개 연구기관에 대해서는 조사 제외 요구 시 적극 검토키로 했다.
이 밖에 소규모 기관 평가지표를 축소하거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여타 기관과 별도 유형으로 구분해 간소화하고, 하위직급에 한해 통합정원을 운영해 탄력적으로 인원을 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최 차관은 이번 개편안에 대해 “공공기관이 자율·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자체 역량을 강화해서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최 차관은 “일부에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을 민영화로 연계지어 비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민영화에 대해서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