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프로를 보면 골프를 30년 이상 친 베테랑 같은 아우라가 느껴져요.”
17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CC 제주(파71)에서 만난 김비오(32)는 최근 김주형(20)이 활약에 기쁨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비오는 김주형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한국인 최연소 투어 우승을 따낸 뒤 축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김비오는 “(김주형은)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 동료 선수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형의 우승은 김비오에게 다소 남다른 의미일지 모른다. 김비오는 21세이던 2011년 PGA투어에 진출했다. 이후 2부투어에서도 뛰었던 김비오는 “내가 PGA투어를 경험한 거라면 (주형 프로는) 어린 나이에 성과도 일궈냈다.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김비오(약 41만4000달러)와 김주형(약 41만 달러)은 현재 아시안투어에서도 나란히 상금랭킹 3, 4위를 달리고 있다.
정작 스스로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김비오는 “사실 최근에 감이 좋지 않았다. 스스로를 부추기면서 어깨에 지고 있는 부담이 커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언샷의 정교함을 높이기 위해 스윙에 큰 변화를 주려다 오히려 감각이 떨어졌던 것. 김비오는 “과유불급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했다. 18일 막을 올린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시리즈 코리아 대회에도 기분전환 차원에서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에 내려왔다.
남은 시즌에서 그의 도전과제는 명확하다. 인터내셔널시리즈에서 1승과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서는 것이다. 현실이 된다면 ‘투어 더블’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김비오는 “욕심을 버리고 차분하게 간다면 오히려 더 만족스러운 기량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승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계속 문을 두드리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서귀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