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 최장기 미제로 알려진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하루 만에 상고했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 유죄로 인정된만큼 대법원이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 관심이 쏠린다.
A씨는 1999년 8~9월 제주 지역 조직폭력배 조직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성명 불상자의 지시를 받고 같은해 11월5일 오전 3시15분에서 6시20분 사이 제주시 북초등학교 인근 거리에서 공범 B씨와 공모해 이승용(당시 44세) 변호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방송사 PD를 협박한 혐의도 있다.
이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A씨 본인이다. 그는 지난해 6월27일 방송된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 과거 제주지역 조직폭력단체에서 활동한 자신이 이 변호사의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방송 이후 이 변호사 살인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이뤄졌다.
경찰은 방송을 토대로 A씨를 이 변호사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당시 제보자로 출연한 A씨가 범행에 쓰인 도구를 상세히 설명했고, 현장에 없으면 모를 부분까지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2월17일 1심 재판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를 받았다. 다만 방송 취재진을 협박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당시 “검찰이 제시한 증거 만으로는 피고인이 받는 살인 혐의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무죄 사유를 밝혔다. 다만 “법률적인 판단이 무죄라는 의미”라며 “더는 말하지 않겠다”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 원심(1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방송 인터뷰 당시 진술한 내용을 살펴보면 ‘누군가로부터 손을 봐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흉기로 상해만 입히려고 했다’고 주장했다”며 “당시 공범 B씨는 살상력이 높은 흉기를 제작했고, 이를 범행에 사용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고인은 지시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지시, 범행 결과 등 실행의 행위를 인정해 살인 혐의에 대한 공동공모정범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상해의 목적으로 B씨와 범행을 공모했어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칼이 범행 수단으로 사용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범행을 지시한 점, 이에 따라 살인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점 등을 토대로 살인의 미필적 인식을 용인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B씨가 2014년 사망한 상황에서 지문, DNA, 폐쇄회로CC(TV) 등 직접 증거가 없이 진술 등 간접 증거만 있는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다. 1심에서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내려졌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여러 정황 등을 들어 유죄로 판단한 사건이다.
[제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