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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돈 시장’에서 1만원은 1만원의 가치가 있을까요?

입력 | 2022-08-19 03:00:00

돈을 빌릴 때 발생하는 ‘이자’
대부 자금 시장서 가격과 같아… 찾는 사람 많을수록 이자율 상승
‘돈 갚는 능력’에 이자율 좌우, 신용 높을수록 싼 이자로 돈 빌려



게티이미지코리아


무언가를 사고파는 곳, ‘시장’에는 항상 가격이 존재하고 대부분의 가격은 화폐 단위로 표시됩니다. 자동차, 농산물 등이 거래되는 ‘생산물 시장’은 물론이고, 노동이나 토지와 같은 생산 요소가 거래되는 ‘생산 요소 시장’에서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거래 비율, 즉 가격이 형성됩니다. 무형의 자산인 주식도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주가라는 가격이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돈에도 가격이 매겨질 수 있을까요? 오늘의 주제는 ‘돈 시장’과 ‘돈의 가격’입니다.
○ 얼음 팔아 돈벌기
‘1만 원짜리 지폐 1장의 가격이 얼마냐’고 묻는다면 바보 취급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1만 원은 1만 원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가 오늘 당장 1만 원이 필요한데 내일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얼음 조각을 예로 들어보죠. 얼음 조각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50만 원 상당의 얼음 조각을 주문받았습니다. 그런데 10만 원에 달하는 대형 얼음 덩어리를 살 돈이 지금 당장은 없을 수 있습니다. 10만 원만 어디서 빌릴 수 있다면 50만 원을 벌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여윳돈이 많은 친구나 부모님에게서 하루 정도 10만 원을 빌리면 될 겁니다. 당장 필요한 돈을 빌리게 되니 굉장히 고마울 겁니다. 그 고마움을 선물로도 표시할 수 있겠지만 적당한 돈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는 방법도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10만 원을 갚으면서 2만 원을 덤으로 더 주었다면 돈을 빌려준 이들은 굉장히 기뻐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많은 돈을 빌려주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수차례 빌려줬었는데, 어느 날 얼음 조각 주문이 갑작스럽게 취소돼 만들어 놓은 얼음 조각이 모두 녹아버려 팔 수 없게 됐다면 어떨까요? 고마움의 표시로 더 주려 했던 돈은커녕 원금도 못 갚게 됐다면, 돈을 빌려준 친구나 부모님은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요. 10만 원쯤이면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얼음 조각 거래 규모가 커져서 그 돈이 10만 원이 아니라 10억 원이라면 어떨까요?
○ ‘여름 부채’ 장사의 융자
단순한 비유이지만 돈이 마치 물건, 상품처럼 사고팔 수 있는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원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돈은 그 자체로 어떤 실질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돈으로 무언가를 살 수 있는 것이지, 돈을 뜯어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쓸모’, 즉 경제학 용어로는 ‘사용 가치’가 없습니다. 그런데 돈에 시간이 결합되면 ‘쓸모’가 탄생합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처럼 돈 버는 데에는 때가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부채를 팔아야 하고, 겨울철에는 장갑을 팔아야 합니다. 부채를 만들어 먹고사는 사람은 여름철이 오기 전에 부채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재료를 많이 사놓으려면 목돈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재료를 살 돈이 없어 부채를 만들지 못한다면 여름 한철 장사를 놓치게 됩니다.

이때 잠시 재료 살 돈을 어디서 빌릴 수 있다면 여름 부채 장사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돈 많은 부자에게 여름철 몇 달간 돈을 꾸어 재료를 사고 부채를 만들어 팔아 돈을 벌고 그 부자에게 빌린 돈을 갚습니다. 고마움의 표시로 부채를 선물할 수도 있겠지만 일정 액수의 돈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이처럼 돈의 주인이 바뀌는 것은 아닌데 미래의 돈벌이를 위해 잠시 꾸거나 빌려주는 것을 ‘융자’라 하고 그 돈을 ‘융자 자금’ 또는 ‘대부 자금’이라고 합니다. 남의 돈을 빌려 쓰고 그 대가로 지불하는 돈을 ‘이자’라고 합니다.
○ 이자는 ‘보이지 않는 손’
여기 시장이 하나 있습니다. 이 시장에는 빌릴 돈을 구하는 사람들과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남의 돈을 빌려 쓸 때 공짜로 쓸 수는 없습니다. 대가, 즉 이자를 내야 합니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한 푼이라도 저렴한 이자를 찾을 것이고,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은 한 푼이라도 이자를 더 받으려 할 것입니다.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면 이자는 오르고, 돈이 넘쳐난다면 이자는 내리게 됩니다. 이 시장은 바로 대부 자금 시장입니다. 이자, 정확하게 말하면 ‘이자율’은 대부 자금 시장에서 가격, 즉 ‘보이지 않는 손’입니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줄어들고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은 늘어납니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늘어나고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은 줄어듭니다.

얼핏 보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 ‘누워서 떡 먹는’ 것처럼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몇 푼 벌려다 이자의 몇십 배에 달하는 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돈을 빌리는 사람의 ‘돈 갚을 능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이자율 좌우하는 신용
이를 ‘신용’이라고 합니다. 신용이 높은 사람은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고, 빌려주려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이자율이 낮습니다. 반대로 신용이 낮은 사람은 적은 돈도 빌리기 어렵고 빌려주려는 사람도 적기 때문에 이자율이 높습니다. 이자는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돈 떼일 위험을 감수한 대가와 같습니다.

돈 떼일 위험이 높을수록 이자율은 높아지고, 돈 떼일 위험이 낮을수록, 즉 신용이 높을수록 이자율은 낮아집니다. 이런 이유로 대부 자금 시장에서는 ‘돈 꾸는 수요자가 누구냐’에 따라 가격, 즉 이자율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똑같은 1억 원도 누가 빌리느냐에 따라 이자율은 다를 수 있습니다.

부당한 차별일까요? 빌려주는 사람이 감수하는 ‘위험의 대가’일 수 있기 때문에 부당한 차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또는 어떤 은행 창구에서 높은 이자율의 금융 상품을 권유한다면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과연 그 높은 이자율이 원금을 잃을 위험성의 대가인지를 말입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까요.


이철욱 광양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