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평남 온천 일대" 분석에 北 "안주에서 쐈다" 주장 전문가들 "군 신뢰 떨어뜨리려는 '기만 전술' 가능성"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북한의 지난 17일 순항미사일 발사 지점을 놓고 남북한 간에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군이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지점을 평안남도 온천비행장 일대로 특정한 반면, 북한은 평안남도 안주시 ‘금성다리’에서 미사일을 쐈다고 주장하면서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이번 주장이 다음 주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시작을 앞두고 나온 일종의 ‘기만전술’일 수 있단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19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한 담화에서 한미 당국의 이 같은 분석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으로 안 됐지만 하루 전(17일) 진행된 우리의 무기 시험발사 지점은 남조선(남한) 당국이 서투르고 입빠르게 발표한 온천 일대가 아니라 평안남도 안주시의 ‘금성다리’였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17일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장소라고 주장한 평안남도 안주시(오른쪽 위)는 한미 당국이 발사장소로 지목한 온천군 온천비행장(왼쪽 아래)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90㎞ 떨어져 있다. (구글 어스 캡처)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김 부부장의 이 같은 담화 내용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 즉,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지점을 여전히 평남 온천 일대로 보고 있단 얘기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 미사일의 발사 지점을 정확히 판단한다는 건 그곳을 타격할 능력도 있음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김 부부장 담화는 ‘발사 지점과 미사일 제원을 실시간으로 판단하지 못한다면 우리(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지난 3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을 당시 한미 당국은 기존 ‘화성-15형’을 쏜 것으로 분석했던 점을 들어 “올 들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발표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올 5월 이후엔 미사일 등의 시험발사 뒤 그 사실을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하지 않아온 상황이다.
이와 관련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에 대해 “한미연합 정보자산의 역량을 훼손하고 우리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고도의 노림수”라며 특히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훼손하고, 한미 간, 국민과 정부 간 이간질을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콜린 즈워코 NK뉴스 선임연구원 트위터)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사일 발사장소에 대한 북한의 기만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한미연합훈련이 본격화하는 시기에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전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윤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이뤄졌다. 특히 17일은 올 후반기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연습 2일차이기도 했다. 북한이 “북침전쟁 연습”이라고 주장하며 비난해온 UFS 본연습은 오는 22일부터 내달 1일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한미 당국의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 지점 분석이 잘못됐을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한 군사 전문가는 “한미가 전시가 아닌 평시에 투입할 수 있는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엔 한계가 있다”며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발사 위치의 제약이 없다. 차량 1대가 어디로 가는지 평시에 내내 들여다볼 순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현실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국군의 탐지 능력에 일정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솔직히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순항미사일의 경우 발사 직후부터 50~100m 이하의 초저고도로 비행할 수 있어 대공레이더의 각도나 발사지점과의 거리, 지형지물 등에 따라 레이더 전파가 닿지 않는 음영구역이 생길 수 있다. 정점고도까지 상승한 뒤 목표물을 향해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낙하해 레이더 탐지가 비교적 쉬운 탄도미사일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미 당국은 수시로 정찰기를 띄워 북한 내 주요지역을 감시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