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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엔 “운전자 자처하던 사람”…尹엔 “그인간 자체가 싫어”

입력 | 2022-08-19 16:32:00

김여정 “운전자 자처하던 사람 사라지니 이젠 제멋에 사는 사람”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제안에 대해 “허망한 꿈 꾸지 말라”고 대꾸하면서 ‘한반도 운전자론’을 폈던 문재인 정권도 함께 조롱했다.

김여정은 19일 자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 낸 담화문에서 “또 하나 마나 한 헛소리를 했을 바에는 차라리 입을 옹 다물고 있는 편이 체면을 유지하는데 더 이로울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힐난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이 구상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전제로 대규모 식량 공급,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북한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김여정은 “주제넘게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무슨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과감하고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는 황당무계한 말”이라며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리니 이제는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제멋에 사는 사람이 또 하나 나타나 권좌에 올라앉았다”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남조선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자체가 싫다”고 했다.

김여정은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우선 ‘북이 비핵화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고 했다. 또 “역대 선임자들은 물론 할아비처럼 섬기는 미국까지 어쩌지 못한 ‘북핵포기’의 헛된 망상을 멋모르고 줄줄 읽어가는 것을 보자니 참으로 안됐다”며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이라고 못박았다.

“진보 당선됐으면 北 비핵화 협상 나왔을까?…심각한 오산”
이번 담화문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체제 생존과 자주국방의 핵심적인 수단인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근본적인 수정과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경제력에서 북한보다 압도적으로 앞서 있는 남한과의 대화와 교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2019년 기준 북한의 국민총생산(GDP)은 35조3000억 원으로, 남한(1919조 원)의 1.8%에 불과하다.

아울러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모두 조롱”했다며 “그러므로 만약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적인 정치인이 당선되었다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것이라고 진보 진영에서 판단한다면 이는 심각한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