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을 내세워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담대한 구상’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지 나흘 만이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은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겠다는 것만큼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거친 막말을 퍼부었다. 이에 대통령실은 ‘매우 유감’이라며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재촉할 뿐”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거부는 충분히 예견됐던 것이다. 역대 우리 정부의 제안에 늘 그랬던 만큼 새삼스럽지도 않다. 담화는 윤 대통령을 향해 최소한의 품위도 갖추지 않은 상스러운 언사와 모욕적인 악다구니로 가득했다. 시정잡배나 할 소리를 정권 수뇌의 최측근 혈육을 통해 쏟아낸 것이다. 과거 대화 파트너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리니…”라며 조롱했다. 나아가 이틀 전 순항미사일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발표가 틀렸다며 한미의 대북 정보력을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이런 태도는 지금의 대결과 긴장 국면을 당분간 이어가겠다는 뜻일 것이다. 김여정은 ‘담대한 구상’을 두고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 같은 물건짝과 바꿔 보겠다는 발상”이라며 핵은 포기할 수 없음을 거듭 천명했다. 세계적인 신냉전 대결 구도에서 중국 러시아의 엄호 아래 들어간 북한으로선 남측의 그 어떤 파격적 제안에도 솔깃해할 리 없다. 하지만 그런 기회주의적 행보는 국제정세 변화에 취약하고 내부 동요도 낳을 것인 만큼 오래갈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