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르브론 제임스/브라이언 윈드호르스트 지음·대니얼 김 옮김/264쪽·2만 원·사람의집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서 르브론 제임스와 사업 동료들은 마케팅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르브론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헤드폰 한정판을 팀 동료들에게 선물했다. 헤드폰은 당시엔 인지도가 낮았지만 유명 농구선수들이 쓰고 다니며 엄청난 홍보 효과를 봤다. 올림픽에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 부은 어떤 제품보다 성과가 컸다고 한다. 이 회사가 나중에 애플에 30억 달러에 팔린 ‘비츠 바이 닥터 드레’다. 사람의집 제공
“저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싶습니다.”(르브론 제임스)
우리도 안다.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킹 르브론’. 그 정도 거만은 떨어도 된다. 코비 브라이언트(1978∼2020)가 걸리긴 해도, 마이클 조던 말고 NBA에서 황제나 왕이란 칭호가 어울릴 이가 또 있을까. 잘나면 나이 불문 형인 세상. ‘형 하고 싶은 대로 해.’
미 스포츠채널 농구전문기자인 저자는 ‘연줄’이 기가 막히다. 르브론과 고향 친구라 어릴 때부터 친분을 쌓고 지근거리에서 취재해 왔다. 현지에선 르브론의 ‘스피커’로도 불린다는데, 관련 책도 여러 권 써 많이 팔렸다. 인생은 르브론보다 브라이언처럼.
그런 저자가 이 책에선 킹 르브론이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지 해부한다. 흔히 스포츠·연예계 스타를 ‘1인 기업’이라고 부르는데, 웬만한 대기업 뺨치는 르브론의 사업 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저자는 이런 대성공이 르브론의 “통찰력” 덕이라고 봤다. 개인적 농구 실력이야 당연히 월등하지만 동료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재주도 뛰어난 킹. 사업을 일구는 안목도 탁월하다. 한마디로 첨부터 자기가 ‘돈 되는’ 걸 알았고, 더 돈이 되게 키울 줄 알았다.
실패가 없진 않았다. 재능 있는 선수들을 모아 대형 에이전시를 세우려 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하긴 분명 르브론 다음일 텐데 누가 가겠나. 투자한 다큐멘터리도 성적은 신통찮았다. 팀 이적 발표를 ‘상품화’한 TV쇼는 어쭙잖은 표현력이 산통을 깨놓았다. “저의 재능을 사우스비치로 가져갑니다”란 말은 지금도 놀림거리다.
올 6월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르브론의 자산이 12억 달러(약 1조5888억 원)가 넘는다고 했다. 운동선수가 현역으로 뛰며 10억 달러가 넘은 건 역대 최초라 한다. 하지만 저자가 볼 땐 아직 멀었다. 르브론 주식회사는 멈추지 않는다. “계속해서 틀을 깨고 싶다”는 일성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재밌는 책이지만 입안이 텁텁할 때도 있다. 솔직히 르브론 덕 많이 본 저자의 얘기라 살짝 편향적이다. 넘보기 힘든 ‘(운동) 능력’을 지닌 이의 성공담이라 따라 할 수도 없고. 다만 하나는 명확하다. 분명 세상은 ‘능력=돈’이다. 하지만 현금지급기에 돈이 가득하다고 그저 누르면 나올 거라 착각하면 곤란하다. 르브론의 말처럼 사업은 “전쟁터”다. 만만히 봤다간 가진 영토도 빼앗긴다. 그는 언제 어디서든 싸울 준비가 돼 있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